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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

등록 2010-05-23 20:10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열려라 경제] 이정우의 경제이야기




지난 21일 ‘부부의 날’을 맞아 2800여명의 기혼자를 대상으로 가장 부러운 부부에 대해 물었더니 ‘가사노동, 육아 공동분담’이 28%로 1위, ‘배우자가 돈 많이 벌어오는 부부’는 21%로 2위로 나왔다. 돈벌이보다 가사노동을 더 중요하게 생각함은 놀라운 결과다.

지난달 서울가정법원에서는 전업주부가 제기한 이혼 소송에서 가사노동의 재산형성 기여도를 50%로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다. 과거에는 재산분할 시 전업주부의 재산형성 기여도는 30% 정도를 인정받았으며, 맞벌이 주부처럼 재산형성에 크게 기여한 경우에만 50%를 인정받았는데 이번 판결은 전업주부에게 처음으로 50%를 인정한 획기적 판결이다.

흔히 가사노동은 ‘일 같지 않은 일’로 취급된다. 가사노동은 ‘해도 안 보이고, 안 하면 금방 보이는 일’이라는 말이 있다. 매일 똑같은 일의 반복인데 생색도 나지 않고 해도 해도 끝이 없다. 가사노동만큼 ‘시시포스의 형벌’을 닮은 노동도 없다. 20세기 초 독일에서 4인 가족을 위해 주부가 1년간 하는 일을 조사한 결과를 보자. ‘접시 닦기 1만3000개, 사발 닦기 3000개, 포크와 나이프 씻기 1만 8000개, 컵 씻기 6000개, 빵 썰기 9만번, 마루 청소 3만평방미터, 침대 시트 갈기 1500번, 식품 운반 7t, 집안 물건 나르기 5t, 집안 걷기 5000㎞.’ 어휴! 생각만 해도 한숨이 절로 나온다.

미국의 유명한 경제학자 갤브레이스는 이렇게 말했다. “오늘날 봉건사회에서 착취받던 머슴과 노비는 사라졌으나 뒷바라지와 봉사에 전념하는 주부들은 매우 민주적 방식으로 남성에 의해 노동력이 혹사되고 있다.” 그래서 주부를 가리켜 ‘보이지 않는 봉사계급’이라고 이름 붙였다.

한국 주부의 가사노동은 다른 나라보다 더하면 더했지 조금도 덜하지 않다. 한국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계산한 연구를 보면 국민총생산의 30~40% 정도로 다른 나라의 10~40%에 견주어 높은 편이다. 갤브레이스에 의하면 미국은 25% 정도다.

한편 통계청이 지난 3월 발표한 ‘2009년 생활시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남성의 가사노동 시간은 하루 42분으로 5년 전보다 6분 증가했다. 그러나 여전히 세계 최하 수준이다. 스웨덴, 중국에서는 남성의 가사노동 시간이 3시간을 넘는다. 스페인에서는 2시간인데 너무 짧다고 정부가 남편들에게 가사노동 더하기 캠페인을 벌인 적도 있다. 한국 남성을 위해 변명을 해준다면 회사의 과중한 업무, 늦은 퇴근, 잦은 술자리 때문에 파김치가 되어 귀가한다는 점이다.

한국의 세계 최저 출산율도 여성들이 애 키우기 어려운 것이 큰 요인이니 남성의 분발이 요구된다. 최근 영국 런던경제대학의 연구에 의하면 남편의 가사 및 육아 공동분담이 이혼 확률을 현저히 감소시킨다고 한다. 꼭 이혼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나라와 후손을 생각해서라도 이제 한국 남성도 생각을 바꾸고, 회사도 일하는 방식을 바꿀 때가 되지 않았을까.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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