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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남아공의 축구와 경제

등록 2010-06-13 17:50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열려라 경제] 이정우의 경제이야기
6월11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월드컵이 개막됐다. 한 달간 전세계 축구팬은 밤잠을 설치게 생겼다. 도대체 남아공은 어떤 나라인가? 남아공은 수세기 동안의 식민지와 반세기 동안의 지독한 인종차별정책 ‘아파르트헤이트’라는 뼈아픈 역사를 가진 나라다. 아파르트헤이트 기간에 흑인은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아 포장된 도로조차 이용할 수 없었다. 넬슨 만델라의 주도하에 최초의 민주정부가 들어선 것이 겨우 1994년이었다.

이 나라의 인구는 4900만명인데 그중 흑인이 79%, 백인이 9%를 차지한다. 남아공은 세계 광물자원의 보고다. 이 나라의 수출 1위 품목은 백금이고, 2위는 금이다. 그밖에 망간, 크롬 생산이 세계 1위며, 다이아몬드는 4위, 석탄은 5위다. 특히 이 나라의 ‘드비어스’ 회사는 세계 1위의 다이아몬드 제조회사로 경제학 교과서에 자주 등장한다. 이런 광물자원에도 불구하고 남아공은 1인당 소득이 1만달러밖에 안 되는 개발도상국일 뿐이다. 오랜 세월의 착취, 불평등, 부패 등이 경제발전을 가로막았다.

남아공에는 ‘흑인경제우대’(Black Economic Empowerment)라는 제도가 있다. 백인소유 기업이 적용대상인데, 흑인의 주식 소유비율, 흑인의 중역 비율 등을 평가해서 좋은 점수를 받는 기업에 정부 계약의 우선권을 주는 제도다. 이것은 물론 흑인에게 유리한 제도인데, 민주화 이후 기업이 국유화당할 것을 걱정한 백인 기업가들이 도입했다는 점이 특이하다. 이 제도 덕분에 소수의 흑인 부자들이 등장했고, 현재 중산층에 속하는 흑인이 200만명 정도인데, 이들을 가리켜 ‘검은 다이아몬드’라고 부른다.

오랜 식민지와 인종차별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이 나라의 빈부격차는 극심하다. 백인의 평균소득은 흑인의 7배나 된다. 공식 실업률은 무려 25%로서 세계 최고인데, 흑백간의 실업률도 차이가 크다. 백인의 실업률은 6%, 흑인의 실업률은 30%이다. 부패가 만연해서 최근 감사원에서는 정부와 거래를 하는 민간기업에 이사 혹은 대표이사로 앉아 있는 공무원을 49명이나 적발했다. 지방으로 가면 부패는 더욱 심해서 대통령조차 남아공의 행정은 세계 최악이라고 인정하고 있다. 범죄도 문제다. 하루에 살인 50건, 강간 100건, 강도가 330건이 일어나고 있어서 범죄 세계 1위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범죄가 이렇게 많으니 부자들은 집 담장에 전기를 설치하고 사설 경호원을 쓰고 있는데, 사설 경호원 수가 30만명으로서 경찰의 두배나 된다.

남아공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남아공의 네이딘 고디머는 인종차별 실상을 고발하는 소설로 1991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인데, 그녀는 최근 강연에서 “월드컵이 무슨 대수냐?”라고 말해 수천 청중의 우레 같은 박수를 받았다고 한다. 4년 전 월드컵에서 우승한 이탈리아도 최근 경제위기를 맞고 있고, 올림픽을 유치한 그리스도 재정위기가 심각하니 스포츠와 경제는 아무래도 별개인 모양이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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