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열려라 경제] 이정우의 경제이야기
며칠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10년 한국 경제 보고서’에는 남북한 경제격차 분석이 들어 있어서 우리의 눈길을 끈다. 2008년 현재 북한 인구는 2330만명으로 우리의 절반쯤이지만 국내총생산(GDP)은 2.7%(247억 달러), 1인당 국내총생산은 5.6%(1060달러)에 불과하다. 북한 경제의 어려움은 도를 넘고 있다. 이 보고서는 남북한 경제격차의 확대는 장차 통일비용의 증가를 의미하므로 남북한 교역 확대를 통해서 격차를 축소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통일비용이란 무엇인가? 남북한이 언젠가는 통일을 한다고 가정하고, 남북한의 1인당 소득을 같은 수준으로 만드는 데 필요한 금액을 통일비용이라고 보는 정의가 있다. 꼭 과학적인 개념은 아니지만 편리한 개념이기는 하다. 이 개념을 따를 때 우리의 통일비용은 얼마일까? 2003년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 중 하나인 영국 피치사는 한국의 통일비용이 2000억~50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 발표했고, 얼마 전 스탠퍼드대학 피터 벡 연구원은 무려 2조~5조달러라고 주장했다.
어쨌든 남북한 사이에 현재와 같이 20 대 1의 소득격차가 존재한다는 것은 우리가 장차 엄청나게 큰 통일비용을 부담해야 함을 의미한다. 1989년 통일 당시에 서독과 동독의 인구 비율은 4 대 1이었고, 1인당 소득에서는 동독이 서독의 약 40%였다. 우리의 경우에는 남북한 인구 비율이 2 대 1이고, 1인당 소득은 20 대 1이니 독일에 비해 소득격차도 더 크고, 부양할 인구도 더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독일과 비교할 때 우리의 통일비용은 훨씬 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통일을 안 하면 될 것 아니냐고 하는 사람이 나올 수도 있는데, 그런 반통일적 사고방식에 동의할 국민은 다행히 많지는 않다. 그리고 통일을 안 하면 안 하는 대로 국방비 등 분단비용이 만만찮게 든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흔히 보수언론과 한나라당은 지난 10년의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에 북한에 퍼주기를 했다고 입버릇처럼 비난한다. 10년간 북한에 지원한 액수는 2조8000억원이니 연 2800억원 수준이다. 우리의 국내총생산 연 1000조원에 비교하면 1000분의 1이 채 되지 않는다. 굶주리는 아이들에 대한 인도주의적 고려는 그만두고, 경제적 측면만 보더라도 비료나 쌀에서 우리가 겪는 공급과잉, 가격 폭락 문제를 부분적으로 도와주는 효과도 있다. 더구나 북한 지원과 교역 확대는 남북한의 경제격차를 축소하여 궁극적으로 통일비용을 줄인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퍼주기란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통일 전 서독이 동독에 지원한 액수는 우리보다 16배 많았다. 서독에서 동방정책을 열심히 추진하던 사민당 정권에서 보수적인 기민당으로 정권이 바뀌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동방정책 후퇴를 염려했다. 그러나 헬무트 콜 총리는 현명하게도 동방정책을 꾸준히 계승, 발전시켜 결국 독일 통일을 완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남북관계를 파탄으로 몰고 가는 이명박 정부는 독일 콜 정부의 족적을 깊이 음미해야 할 것이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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