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열려라 경제] 이정우의 경제이야기
지난 4월20일 멕시코만에 있는 정유업체 비피(BP)의 해저 석유 시추시설에서 원유 유출 사고가 발생하여 11명이 사망했다. 지금도 하루 1만5000배럴 분량의 원유가 계속 유출되고 있어서 멕시코만 일대에 사상 최악의 해양오염을 일으키고 있다. 석유업계의 전문가들은 기술적 능력보다 비용 절감을 더 중시하는 비피의 기업문화가 화를 불러일으킨 것으로 보고 있다.
비피는 사고 직후 초기 대응을 잘못해서 더 큰 비난을 받고 있다. 사고의 조기 수습보다는 미국 의회 로비에 치중해서 욕을 먹었고, 토니 헤이워드 회장은 “이번 사고가 환경에 미치는 충격은 아주아주 경미할 것”이라고 말해서 더 큰 비난을 자초했다. 설상가상으로 그는 “내 생명을 다시 찾고 싶다”고 말해서 구설수에 올랐는데, 이 말은 거꾸로 미국 환경단체들의 항의 구호로 쓰이고 있다.
미국에서는 사고를 일으킨 비피의 국적이 영국이라는 것을 유난히 강조하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올 11월에 있을 의회 중간선거에 이 사고가 악재로 작용할 것을 우려해서 더욱 민족주의적 색칠을 하고 있다. 이 회사의 원래 이름은 ‘브리티시 페트롤리엄’이었지만 회사 이름을 ‘비피’로 바꾼 것이 1998년인데, 이번 사고 이후 미국의 정계, 언론계는 ‘브리티시 페트롤리엄’이란 용어를 다시 사용하고 있다. 사실 비피는 주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회사다. 이 회사 생산량의 4분의 1, 원유 저장량의 3분의 1이 미국으로서 단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 사고로 말미암은 비피의 손실은 얼마나 될까?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최근 추계에 의하면 비피의 손실은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첫째, 해양오염법에 의하면 원유 유출을 틀어막고 오염을 청소하는 비용은 오염을 일으킨 회사가 부담해야 한다. 이 비용 120억달러 중 비피의 몫이 80억달러 정도로 추산된다. 둘째, 청정해양법에 의하면 오염을 일으킨 회사의 부주의가 입증되면 배럴당 1100~4300달러의 벌금을 물어야 하는데, 이번에 유출될 원유량이 총 400만 배럴이라고 추정한다면 벌금은 170억달러까지 올라갈 수 있다. 지금까지 환경분야 벌금의 최고기록은 1989년 유조선의 석유 유출로 알래스카 해안을 오염시킨 엑손 발데즈에 부과된 1억2500만달러였다. 셋째, 멕시코만 해역에서의 각종 경제활동 지장, 연방 및 지방세수 감소, 환경피해 등에 대한 피해보상액은 천문학적이다. 피해를 입은 앨라배마,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플로리다의 평소 관광 및 어업 수입이 연간 150억~300억달러 정도이므로 피해보상액은 적어도 50억~100억달러로 추정된다.
따라서 이번 사고로 입은 비피의 손실은 물경 300억~350억달러로 추산된다. 화는 여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이미 비피의 주가는 반토막이 나서 주식시장에서 회사 자본화 가치가 증발한 것이 900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순간의 부주의가 멕시코만의 청정 해안과 비피에 씻을 수 없는 손실을 가져왔으니 인간의 오만에 대한 자연의 경고치고는 참으로 엄혹한 경고가 아닌가. 모름지기 인간은 자연 앞에 겸손할 일이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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