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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부동산정책의 세 지표

등록 2010-07-25 19:36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열려라 경제] 이정우의 경제이야기
지난주 발표 예정이던 부동산정책이 연기됐다.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를 둘러싼 부처 간 이견 때문이라고 한다. 디티아이란 무엇인가? 부동산을 사기 위해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는 사람에게 소득수준에 따른 한도를 정함으로써 과도한 부동산 대출을 억제하는 제도다. 현재 서울 강남지역은 총부채상환비율이 40%, 기타 서울 지역은 50%로 되어 있다. 이 제도는 부동산투기로 몸살을 앓던 참여정부 후반기에 도입됐다.

디티아이와 쌍벽을 이루는 제도로 2002년에 도입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있다. 부동산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릴 때 부동산담보 가치를 일부만 인정해주는 제도다. 현재 이 비율은 50% 정도다. 이 제도 때문에 부동산 담보대출 규모가 절반으로 줄어든다. 과거 일본에서는 엘티브이가 80%나 됐고, 경우에 따라서는 100%를 초과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1990년대 이후 일본의 자산 거품이 붕괴하면서 금융기관의 줄도산 사태를 가져와 일본경제의 ‘잃어버린 10년’을 촉발하는 빌미가 되었다.

최근 우리나라의 부동산 거래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미분양 아파트가 전국에 11만채나 되어 건설회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내놓은 집이 안 팔려서 이사를 못 가고 발이 묶이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철옹성 같던 강남 아파트조차 가격 하락 기미가 역력하다. 국민적 신앙에 가깝던 ‘부동산 불패’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 급기야 이명박 대통령은 부동산 가격은 안정시키되, 거래는 활성화하라고 지시했는데, 이게 어디 쉬운가. 얼음과 불을 함께 운반하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다.

디티아이는 경기 조절 수단이 아니다. 비유하자면 고속도로의 속도제한이 운전자의 생명과 다른 사람들의 안전을 보장해주듯이 디티아이도 가계와 금융기관의 건전성과 거시경제의 안정성을 위해서 꼭 필요한 제도다. 그리고 현 상황에서 디티아이를 높인다고 해서 부동산 거래가 활성화될 것 같지도 않다. 디티아이는 부동산 경기과열 시 브레이크 기능은 잘하지만 경기침체 시 액셀러레이터 기능은 하지 않는다. 지금처럼 시장에서 가격 하락의 기대가 널리 형성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누구나 집값이 더 떨어지기를 기다릴 것이다.

서울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지수(PIR: price-income-ratio)는 9.4로 세계 최고수준이다. 유엔의 권장 기준 3~4에 비교하면 서울 집값은 턱없이 비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은 부동산 거품이 꺼지는 상황이다. 이마에 땀방울 없이 쌓은 불로소득의 성이 붕괴하는 과정이며, 우리나라의 집 없는 45%의 국민에게는 희소식이다. 카이저의 것은 카이저에게로, 무에서 온 것은 무로.

일본형 경착륙을 걱정하는 사람이 많은데, 다행히 우리에게는 낮은 엘티브이와 일본에 없는 디티아이가 있다. 연착륙을 위해서도 이를 잘 지켜야 한다. 역대 정부가 부동산정책에서 원칙 없이 온탕냉탕식 대증요법을 거듭해온 결과가 무엇인가? 토건국가, 부동산투기 천국, 그리고 세계 최고 집값이 아닌가. 이제 원칙을 지킬 때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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