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분기 실적을 발표한 30일 낮 삼성전자가 출시한 스마트폰 ‘갤럭시 에스(S)’의 대형 모형이 전시돼 있는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주변으로 시민들이 지나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2분기에 영업이익 5조원의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기아차등 2분기 최대실적 내고도
정부 ‘양극화 책임론’ 제기에 눈치보기만
정부 ‘양극화 책임론’ 제기에 눈치보기만
‘웃고 싶어도 웃을 수 없는….’
연일 사상 최대의 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있는 국내 대기업들이 잔치 분위기를 내지 못하고 표정관리에 애쓰고 있다. 고환율과 저금리 등에 힘입어 대기업들은 막대한 이익을 내는데도 협력업체 납품단가 상승이나 고용확대 등으로 이어지지 않아 사회경제적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기업을 겨냥한 발언을 쏟아내고, 정부 고위 관계자들도 입을 모아 잇따라 ‘대기업 책임론’을 제기하자 대기업들은 자세를 낮출 수밖에 없는 처지다.
수출비중이 높거나 내수 기간산업에 속하는 주요 대기업들은 대부분 영업이익에서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는 등 올해들어 꾸준히 실적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30일 국내 최대기업인 삼성전자는 2분기 영업이익이 처음으로 5조원을 돌파해 5조142억원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37조891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6% 늘었고, 영업이익은 87.5%나 증가했다. 영업일수 기준으로 대략 하루에 6000억원의 매출을 올려 800억원씩의 이익을 거둔 셈이다.
이날 기아자동차도 2분기 매출 5조7678억, 영업이익 4237억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보다 각각 23.3%, 28.3%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기아차의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 역시 사상 최대치에 이르렀다. 케이티(KT)도 2분기에 매출 4조9864억원, 영업이익 601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매출은 2.3%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24.4%나 증가했다.
대기업의 실적은 올해 1분기부터 뚜렷하게 호전되기 시작했지만, 2분기 실적 발표에선 기업들의 자세가 180도 바뀌었다. 1분기 실적을 발표할 때는 ‘사상 최대’를 너도나도 강조했는데, 이번 2분기 실적을 발표할 때는 이런 표현은 자제하고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분기 실적이 사상 최대더라도 드러내놓고 좋다는 이야기를 앞세우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은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이 ‘일회성 압박’이 아니라, 정권 후반기의 핵심 의제로 떠오르는 기류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 각 부처들이 발빠르게 대-중소기업 상생과 관련한 조처 등을 내놓자 주요 대기업들은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삼성 계열사의 한 간부는 “친서민, 대-중소기업 상생 의제가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일회적인 조처가 아닌 게 확실시 되는 만큼 선제적이고도 적극적인 액션을 취하기 위해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주요 대기업 2010년 2분기(4~6월) 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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