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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부자의 기부, 빈자의 기부

등록 2010-08-15 17:57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열려라 경제] 이정우의 경제이야기
부자와 빈자 중 누가 더 기부를 잘할까? 부자라고 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버클리대의 폴 피프 교수의 실험은 예상과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이코노미스트> 2010년 7월31일치). 피프 교수의 실험에 참가한 115명은 각자 10점의 점수를 받고, 이 중 일부를 남에게 기부할 수 있다. 실험이 끝나면 각자 남은 점수에 따라 돈을 받는다. 실험 참가자들이 기부한 점수는 평균 4.1점이었는데, 놀랍게도 가난한 참가자들이 기부를 더 많이 했다. 최하층은 최상층보다 무려 44%나 더 많이 기부했다. 또 참가자들에게 자기 소득의 몇 퍼센트를 기부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었더니 상류층은 평균 2.1%로 대답했지만 하류층은 5.6%로 대답해서 역시 빈자가 기부에 더 열성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이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하나의 해석은 이기적인 사람일수록 부자가 되기 쉽다는 가설이다. 그러나 피프 교수의 실험에서 원래 부잣집 출신이든 자수성가한 부자이든 관계없이 부자의 기부성향이 낮게 나온 걸로 볼 때 이 가설은 성립하지 않는다. 피프 교수의 해석은 이렇다. 빈자들 사이에는 인정이란 게 있어서 그것이 기부로 나타난다. 빈자들이 인정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인정이 있음으로써 신뢰와 협력이 생기고 그것을 통해서 빈자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세계 최고 부자인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이 미국의 억만장자들을 대상으로 재산의 절반을 기부하는 ‘기부서약’ 운동을 벌이고 있다. 두 사람이 ‘포브스(Forbes) 400’ 목록의 억만장자 중 80여명을 접촉하기 시작한 것이 6월인데, 벌써 40명이 호응해서 총액 1500억달러(약 175조원)가 모였다. 버핏과 게이츠는 기부서약 운동을 전세계로 확산시키기 위해 중국, 인도 부자들도 만날 계획이라고 한다.

빌 게이츠는 이미 자기 재산 대부분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고, 몇 년 전부터는 마이크로소프트 회사 일을 손떼면서 자선사업에 전력을 쏟고 있다. 빌 게이츠는 역사적으로 가장 큰 기부를 한 강철 왕 카네기와 석유 왕 록펠러를 연구하고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카네기는 “부자인 채로 죽는 것은 수치”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고, 실제로 재산의 9할을 기부하고 죽었다. 록펠러는 평생 탈법과 반칙을 거듭하면서 돈을 모았지만 생애의 후반에는 마치 참회라도 하듯이 기부에 열심이었다. 그는 시카고대를 설립하는 등 재산의 절반을 기부하고 죽었다.

우리는 어떤가? 부유층의 기부활동 등을 평가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항목에서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에서 꼴찌라고 한다. 한국 부자들은 정경유착, 탈세 등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돈을 모으다가 법망에 걸리면 비로소 기부를 선언해서 법의 심판과 사회적 비난을 모면하려는 습관이 있다. 이제 한국 부자들도 생각을 좀 바꿔야 하지 않을까.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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