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우의 경제이야기
[열려라 경제] 이정우의 경제이야기
며칠 전 발표된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통계에서 드디어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자리를 차지했다. 일본은 1968년 서독을 제치고 2위에 오른 이후 42년 만에 그 자리를 중국에 물려주게 되었다. 현재 국내총생산 1위는 물론 미국이며, 중국과 일본이 각각 미국의 3분의 1 정도의 경제규모를 갖고 있다. 중국이 세계 2위라고는 하나 이것은 총규모에서 그렇다는 것이고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아직 3600달러에 불과하기 때문에 미국, 일본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역사학자들에 의하면 중국의 국민소득은 기원후 2천년 동안 항상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1위 자리를 내놓은 것이 겨우 19~20세기의 두 세기뿐이라고 한다. 경제학자들은 지금처럼 미국의 저성장과 중국의 고성장이 계속되면 1, 2위의 역전이 일어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본다. 그렇게 되면 중국은 2천년 지켜온 세계 1위의 전통을 되찾는 셈이 된다.
1998년 시드니에서 일본 경제에 관한 학회가 열렸다. 여기서 예일대학의 일본 경제 전문가 휴 패트릭 교수는 2050년에도 여전히 일본 경제는 세계 2위의 자리를 고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오늘의 눈으로 보면 그의 예측은 얼마나 허망한가. 그에 반해 일본의 모리시마 미치오 교수는 일본 경제 몰락론을 펴서 눈길을 끌었다.
오랫동안 영국의 런던경제대학 교수로 있던 모리시마는 일본인 최초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가 될 것이란 평을 듣던 저명한 경제학자이다. 1982년에 <왜 일본은 성공했나?>라는 책을 썼던 그가 1999년에는 <왜 일본은 몰락하는가?>라는 책을 써서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앞의 책에서 그는 일본의 성공 요인을 일본인의 독특한 정신에서 찾았는데, 뒤의 책에서 그는 정신의 황폐화를 개탄하고 있다. 교육, 금융, 산업, 노동시장에서 벌어지는 황폐화를 바꿀 만한 지도력이 일본에 없음을 가차 없이 비판한다. 과거 일본의 고성장을 이끌었던 것은 정계, 관계, 재계의 이른바 ‘철의 3각형’인데, 이제는 이 3각형이 부패와 무능의 온상이기 때문에 일본의 장래는 암담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모리시마 교수가 제시하는 일본 경제의 회생책은 한국, 중국, 대만, 일본을 포괄하는 동북아공동체이다. 이를 위해서는 침략자 일본의 진심 어린 사죄가 첫걸음이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침략을 미화하는 극우 역사관이 힘을 얻고 있고, 한국에서도 식민지와 독재를 옹호하는 극우 세력들이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고집하는 자민당이나 악행을 미화하는 한국의 극우파는 동북아 발전에 큰 장애물이다.
최근 일본의 간 나오토 총리가 과거 식민지의 강제성을 인정하는 약간은 전향적인 발표를 했지만 과거 사회당의 무라야마 담화에 못 미치는 미흡한 수준이다. 동북아가 진정 평화와 번영의 지역이 되려면 이 지역에서 양심적이고 진보적인 목소리가 높아지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이 해방 65년, 국치 100년이 되는 2010년 8월의 현실이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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