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 서명] 유럽연합의 득실 전망
유럽연합 쪽에서 예측한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의 경제적 효과도 역시, ‘장밋빛’이었다. 다만 우리 정부가 내놓은 분석과 정반대로, 한국이 유럽과의 무역에서 적자를 기록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동일한 ‘연산가능일반균형모형’(CGE)을 활용했는데도 말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한-유럽연합 협정의 경제적 효과’라는 용역 보고서를 보면, 협정 발효에 따른 관세·비관세 장벽 철폐로 27개 회원국의 대한국 수출은 82.6% 증가하는 반면에, 수입은 38.4% 늘어나는 데 그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유럽연합이 한국과의 교역에서 연평균 67억~101억유로(약 10조~15조원)의 무역수지 흑자를 창출할 것으로 예측했다. 유럽연합의 수출액이 330억~410억유로, 수입액이 229억~344억유로 증가하는 덕분에 만성적인 대한국 무역적자에서 벗어난다는 시나리오다. 2008년 유럽연합은 한국과의 교역에서 138억유로의 적자를 냈다.
보고서는 우선, 관세 철폐 효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유럽연합의 평균 관세율(5.6%)보다 훨씬 높은 한국의 관세(평균 12.2%)가 협정 발효 즉시 91% 사라져 해마다 16억유로의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한국의 관세 인하 효과는 연평균 11억유로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유럽연합은 특히 농산품에서 돼지고기(2억4000만유로), 위스키(1억6700만유로), 낙농제품(9900만유로)의 관세 감면액이 크며, 이로 인해 가격경쟁력도 높아져 협정 발효 20년 뒤에는 대한국 수출이 두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자동차 분야에선 한국 시장의 관세(8%) 철폐 효과 이외에도 비관세 장벽 해소에 큰 기대를 걸었다. 협정문을 보면, 유럽의 안전기준(ECC)을 통과한 유럽산 자동차면 여러가지 안전장치 실험을 국내에서 따로 검사받지 않아도 된다. 환경 규제에서도 혜택을 본다. 배출가스자기진단장치(OBD)와 관련해선 유럽연합이 2014년 도입하는 ‘유로(Euro) 6’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기로 했다. 보고서는 “한-유럽연합 협정이 발효되지 않는다면 유럽산 자동차는 한국의 환경기준을 달성하지 못해 퇴출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국산 자동차의 유럽시장 진출 여건도 유리해져, 자동차 분야 교역에선 유럽연합이 50억유로 적자를 볼 것으로 보고서는 예측했다. 유럽연합 집행위는 이 밖에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개방 수준을 웃도는 협상 ‘성공’ 분야로 서비스를 꼽았다. 한국은 통신서비스에서는 방송용 국제위성 전용회선 서비스를, 환경서비스에서는 생활하수처리 서비스 시장을 추가로 열기 때문이다.
한-유럽연합 협정에 따른 국내총생산(GDP) 증가는 한국의 경우 0.84%, 유럽연합은 0.08%로 예상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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