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자력발전소 건설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2호기의 설계용역을 발주하면서 전체 업무의 일정량을 민간기업에게 하도급 주도록 종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쪽에서는 원전 설계기술의 일정 비율을 하도급화한 것은 국책사업으로 7천억원을 들여 완성한 한국형 표준원전 설계기술을 민간기업에게 고스란히 넘겨주는 것이라며 특혜시비를 제기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현재 독점체제인 관련사업을 경쟁체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기술이전이 불가피하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국내 원전 설계를 도맡아온 한국전력기술은 지난 20일 한수원이 발주한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2호기 원전 종합설계용역 업무를 입찰에 부쳐, 현대중공업과 대우엔지니어링 등 2곳을 하도급 업체로 선정했다. 그동안 원전 설계용역은 정부의 에너지산업 집중 육성과 자립화 정책에 따라 한전 자회사인 한국전력기술이 맡아왔다. 한수원은 이 과정에서 기존 공사대금 250억원의 지불을 미루는 등 한국전력기술 쪽에 하도급 절차를 이행하도록 압박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이 지난 3월 자체 작성한 ‘하도급 추진방안 검토’ 자료를 보면, “(한수원은) 한국전력기술에 지속적으로 하도급 이행을 독려하면서 해당 업무에 대한 기성고 지급을 유보하는 등 (양해각서에 따른) 계약적 조치를 시행 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국전력기술 관계자도 “하도급 문제는 발주처인 한수원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한국전력기술 현중 · 대우엔지니어링 선정
“경쟁체제 전환” “국책사업기술 일부에 특혜” 한국전력기술 노조는 한수원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원전 설계용역 업무의 40% 가량을 민간기업에게 하도급 주도록 양해각서를 맺은 것은 명백한 불공정거래 행위라며, 지난 9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한국전력기술 노조는 지난 2001년 말 한전에서 원전 설계용역의 하도급을 추진할 때부터 민간기업에 특혜를 줄 소지가 높을 뿐 아니라 안전성 문제가 우려되고, 특히 고용불안을 가중시킬 우려가 크다며 거세게 반발해왔다. 한수원이 원전 설계용역의 하도급을 추진한 것은 한국전력기술의 민영화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수원 관계자는 “한국전력기술 노조의 파업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그동안 한국전력기술이 독점해온 원전설계 부분에 경쟁체제를 도입하기 위해 하도급을 주는 것이 불가피해졌다”며 “하도급 비율은 10%를 넘지 않으며, 앞으로 민영화에 대비해 가능한 많은 부분에서 공개경쟁을 유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원전 설계용역 사업은 1기당 대략 1200억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원전 설계업무를 맡을 경우 수조원에 이르는 다른 발전소 건설에도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에 그동안 재벌 민간기업들은 설계용역을 따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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