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률 추이
20개월만에 최대폭…신선식품 49% 올라 사상최고
채소값 하락세지만 저금리·유가 등 ‘상승압박’ 거세
채소값 하락세지만 저금리·유가 등 ‘상승압박’ 거세
소비자물가가 20개월 만에 처음으로 4%대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특히 채소류를 비롯한 신선식품지수는 1990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인 49.4%나 올랐다. 지난달 말부터 채소값이 차츰 안정되고는 있지만, 지속되는 저금리 기조와 국제 원자재값 상승 등의 영향으로 물가상승 압력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일 통계청은 10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 올랐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은행의 중기 물가안정 목표범위인 ‘3.0±1.0%’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2~8월 2%대를 유지하다가 9월에 3.6%로 급등해 두달째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물가 급등의 가장 큰 요인은 작황 부진에 따른 채소값 폭등이다. 신선식품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49.4%나 올라 역대 최고상승률을 한달 만에 갈아치웠다. 신선식품에서도 채소가 100.7% 올라 상승률이 가장 높았고, 과실(26.6%)과 어개류(수산물, 10.4%)도 많이 올랐다. 특히 무(275.7%)와 배추(261.5%), 파(145.5%), 마늘(102.5%) 등은 모두 세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배추김치 대체용으로 제안한 양배추는 286.2%로 상승률 1위를 차지했다.
또 국제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자동차용 액화석유가스(LPG) 가격이 16.92% 오른 것을 비롯해, 석유류 가격도 전년 동월 대비 7.3%나 올랐다. 다만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물가(근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9% 올랐고, 전월과 비교해서는 변동이 없었다.
정부는 채소류 가격이 지난달 중순부터 하락세로 돌아서 소비자물가가 이달부터는 차츰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1월 이후 소비자물가는 특별한 기상악화가 없을 경우 채소류 가격의 빠른 하락세 등의 영향으로 3% 초반으로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배추 가격의 경우 지난달 5일 포기당 1만425원에서 13일 7600원, 22일 3770원으로 계속 낮아지고 있다. 강호인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근원물가는 여전히 1%대여서 총수요 압력을 건드리는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기 회복 국면에서도 저금리 기조가 지속돼 수요 압력이 커지고 있는데다, 국제곡물가격과 유가 등도 상승하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제유가(두바이 기준)는 9월 배럴당 75.2달러에서 10월 80.3달러로 올랐고, 시카고 선물시장에서 밀 가격은 8월부터, 옥수수와 설탕, 콩 가격은 10월부터 급등하는 추세다. 국제곡물가격 상승은 몇개월의 시차를 두고 국내 음식료 가격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한은이 10월에 조사한 기대인플레이션율도 전달보다 0.2%포인트 상승한 3.4%를 나타내 소비자들의 심리도 심상찮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지금까지는 유가 안정과 환율 하락으로 수입물가가 낮아지면서 근원물가가 안정세를 보였으나 그런 안정 요인들이 점차 소진돼 가고 있다”며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압력이 점차 강화되고 있는 만큼 물가 상승 우려가 확대되는 데 주의를 기울여 통화정책을 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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