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전문가들 집중 논의
“건설비 최대 100조 육박”
“건설비 최대 100조 육박”
우리나라와 일본을 잇는 해저터널은 두 나라 간에 20여년간 논의된 화두다. 한-일 해저터널에 대한 정부의 타당성 검토 작업이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한국과 일본의 관련 전문가들 모임인 한일터널포럼’이 지난달 29일 일본 아오모리에서 ‘한일터널과 동북아시대의 도래’를 제목으로 국제 세미나를 열었다. 한-일 해저터널의 경제적 타당성과 재원조달 방안, 기술적인 문제 등이 논의됐다.
한-일 해저터널은 부산 또는 거제와 일본 규슈를 잇는 노선으로 최대수심 160m, 길이 250㎞에 이르는 세계 최장 터널이다. 건설비는 최소 40조원, 최대 2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사업이다. 국토해양부는 지난해 한-일 해저터널에 대한 기술·경제적 타당성 조사를 교통연구원에 의뢰해 이르면 올해 말께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세미나에서 최성호 경기대 교수(행정대학원)는 “한-일 해저터널은 우리나라에 39조원의 경제적 효과와 15조원의 부가가치, 25만명의 고용 유발 효과를 가져오지만 건설비용이 최대 100조원에 육박하는 게 단점으로 지적된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비용편익(B/C)을 따져보면 직접 편익만을 고려했을 땐 1.0 미만으로 경제성이 없는 사업이지만, 환경비용 감소와 공항확장 비용 절감 등 간접편익을 함께 고려해 보면 1.0을 상회해 경제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까지 전체 사업비 가운데 한-일 양국이 얼마만큼 분담할지와 재원조달은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합의된 안은 없다. 우리나라의 공사구간이 일본보다 짧아 전체의 10% 정도의 건설비만 부담하면 된다는 의견부터, 전체 사업비의 25% 정도를 부담해야 된다는 여러 안이 거론되고 있다. 재원조달과 관련해 최 교수는 “건설은 양국 정부가 시행하고 운영사업은 민간 기업이 담당하는 방식이 적절하다”며 “양국 정부는 경제적 외부효과와 정치·외교적 이익 범위 안에서 출자 또는 재정을 지원하고, 민간출자 분은 국내외 기업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김상환 호서대 교수(토목공학과)는 “터널 구간은 일본 후쿠오카~이키섬~대마도(쓰시마섬)~남형제도~가덕도~강서국제물류산업도시로 이어지는 222.6㎞의 노선안과 일본 가라쓰~이키섬~대마도~거제도~가덕도~부산을 잇는 220㎞ 노선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한터널연구회의 후지하시 겐지 상임이사는 “1990년 5월 노태우 대통령이 한-일 터널 필요성을 역설한 뒤 2000년 10월 김대중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해 한-일 터널을 제창했고 2003년 2월 노무현 대통령이 고이즈미 총리와의 첫 회담에서 필요성을 언급했다”며 “일본에서 조사한 현지탐사 결과, 터널을 굴착하는 데 기술적인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건설된 해저터널은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50.45㎞의 도버해협의 유로터널과 일본 혼슈와 홋카이도를 연결하는 53.9㎞의 세이칸 해저터널이 대표적이다. 앞으로 한-일 해저터널 논의는 경제성과 미래를 위한 투자 논리가 팽팽히 맞설 것으로 보인다. 반대 쪽은 한-일 터널이 엄청난 공사비 부담으로 자본잠식에 빠진 유로터널처럼 될 것이라는 주장을 하는 반면, 찬성 쪽은 착공 당시 반대 목소리가 있었던 경부고속도로가 현재 우리나라 물류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있다는 사례를 들고 있다.
아오모리/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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