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실무협의에 참가한 최석영 외교통상부 자유무역협정 교섭대표(오른쪽)와 웬디 커틀러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가 4일 낮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별관에서 오전 협상을 마친 뒤 승강기를 기다리며 이야기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2007년-2010년 비교해보니
미국쪽 요구로 시작해 미국이 원할때 끝
“양보 없다”며 주춤주춤 어제부터 막판 재협상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쟁점 분야에 대한 두 나라 통상 당국간 실무협의는 기존 협정문의 합의 내용까지 일부 바꿀 수도 있는 사실상의 ‘재협상’이다. 특히 이번 협상은 미국 쪽이 제안한 미국산 쇠고기와 자동차의 한국 시장 진입 확대만을 의제로 다루는데다, 미국 쪽 요청으로 구체적인 내용이 철저하게 비공개로 진행돼 ‘굴욕적인 밀실협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국 중간선거 등을 이유로 쟁점 현안을 밝히지 않았던 미국은 이번 협상에서 자동차와 쇠고기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요구안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외교통상부는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공개를 거부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다음주 초 통상장관 협의에서 최종 타결안이 나오면 협상 내용을 (언론에) 공개할 계획”이라고만 말했다. 이번 한-미 에프티에이 ‘재협상’도 3년 전 ‘재협상’ 때처럼, ‘밀실·굴욕 협상’을 반복하고 있다. 두 나라의 통상대표는 2007년 4월2일 한-미 에프티에이 협상 타결을 공식 선언했지만, 미국 의회가 민주당의 ‘신통상전략’을 반영해 노동·환경·의약품·투자 등 7개 분야에 대해 다시 협상하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같은 해 6월21~23일 비공개로 재협상에 들어갔고, 우리 정부는 ‘재협상 불가 원칙’을 뒤집고 미국 요구를 거의 모두 받아들여 협정문을 수정했다. 그러고는 ‘재협상’이 아니라 ‘추가 협의’라고 주장했다. 2010년에도 두 나라는 미국이 요구한 쇠고기와 자동차 분야로만 협상 의제를 제한하고 있다. 일부 야당 의원들이 투자자-국가 소송제(ISD) 등 우리 쪽에서 본 ‘독소·불평등 조항’도 의제로 추가할 것을 제안했지만, 정부는 “재협상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미 에프티에이 협상이 미국 주도로 이뤄졌다는 사실은, 협상 시한에서도 드러난다. G20 정상회의를 재협상 마감 시한으로 정한 것은 오바마 대통령이 6월26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11월 방한 때까지 협상을 마무리하면 수개월 안에 의회에 협정문을 제출하겠다고 발언했기 때문이다. 앞서 2007년 4월2일에 협상 타결을 공식 선언한 것도, 재협상을 통해 6월30일 정식 서명한 것도, 미국의 통상절차인 ‘무역촉진권한’(TPA) 시한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밀실·굴욕 협상’이 반복되는 것은 통상당국을 견제할 방법이 없는 국내 통상절차 관련법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미국 의회와 달리 우리 국회는 통상정책 결정 과정에서 사실상 권한이 없다. 그래서 미국 무역대표부는 의회와 협의해 쇠고기와 자동차 분야를 재협상 의제로 정했지만, 우리 통상교섭본부는 국내 이해관계자는 물론 국회의 의견수렴조차 거치지 않고 재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박주선 민주당 의원은 “통상당국은 국회에서도 ‘밝힐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한다”며 “일방통행식 밀실 협상을 없애려면 관련 법을 조속히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08년 18대 국회 개원 때 한나라당을 포함한 교섭단체는 통상절차법을 연내 제정하기로 했지만, 그 약속은 아직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양보 없다”며 주춤주춤 어제부터 막판 재협상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쟁점 분야에 대한 두 나라 통상 당국간 실무협의는 기존 협정문의 합의 내용까지 일부 바꿀 수도 있는 사실상의 ‘재협상’이다. 특히 이번 협상은 미국 쪽이 제안한 미국산 쇠고기와 자동차의 한국 시장 진입 확대만을 의제로 다루는데다, 미국 쪽 요청으로 구체적인 내용이 철저하게 비공개로 진행돼 ‘굴욕적인 밀실협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국 중간선거 등을 이유로 쟁점 현안을 밝히지 않았던 미국은 이번 협상에서 자동차와 쇠고기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요구안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외교통상부는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공개를 거부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다음주 초 통상장관 협의에서 최종 타결안이 나오면 협상 내용을 (언론에) 공개할 계획”이라고만 말했다. 이번 한-미 에프티에이 ‘재협상’도 3년 전 ‘재협상’ 때처럼, ‘밀실·굴욕 협상’을 반복하고 있다. 두 나라의 통상대표는 2007년 4월2일 한-미 에프티에이 협상 타결을 공식 선언했지만, 미국 의회가 민주당의 ‘신통상전략’을 반영해 노동·환경·의약품·투자 등 7개 분야에 대해 다시 협상하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같은 해 6월21~23일 비공개로 재협상에 들어갔고, 우리 정부는 ‘재협상 불가 원칙’을 뒤집고 미국 요구를 거의 모두 받아들여 협정문을 수정했다. 그러고는 ‘재협상’이 아니라 ‘추가 협의’라고 주장했다. 2010년에도 두 나라는 미국이 요구한 쇠고기와 자동차 분야로만 협상 의제를 제한하고 있다. 일부 야당 의원들이 투자자-국가 소송제(ISD) 등 우리 쪽에서 본 ‘독소·불평등 조항’도 의제로 추가할 것을 제안했지만, 정부는 “재협상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미 에프티에이 협상이 미국 주도로 이뤄졌다는 사실은, 협상 시한에서도 드러난다. G20 정상회의를 재협상 마감 시한으로 정한 것은 오바마 대통령이 6월26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11월 방한 때까지 협상을 마무리하면 수개월 안에 의회에 협정문을 제출하겠다고 발언했기 때문이다. 앞서 2007년 4월2일에 협상 타결을 공식 선언한 것도, 재협상을 통해 6월30일 정식 서명한 것도, 미국의 통상절차인 ‘무역촉진권한’(TPA) 시한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밀실·굴욕 협상’이 반복되는 것은 통상당국을 견제할 방법이 없는 국내 통상절차 관련법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미국 의회와 달리 우리 국회는 통상정책 결정 과정에서 사실상 권한이 없다. 그래서 미국 무역대표부는 의회와 협의해 쇠고기와 자동차 분야를 재협상 의제로 정했지만, 우리 통상교섭본부는 국내 이해관계자는 물론 국회의 의견수렴조차 거치지 않고 재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박주선 민주당 의원은 “통상당국은 국회에서도 ‘밝힐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한다”며 “일방통행식 밀실 협상을 없애려면 관련 법을 조속히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08년 18대 국회 개원 때 한나라당을 포함한 교섭단체는 통상절차법을 연내 제정하기로 했지만, 그 약속은 아직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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