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유럽 견제…브릭스 ‘껑충’
국제통화기금(IMF) 내에서 유럽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대신 중국·브라질·러시아·인도 등 ‘브릭스’(BRICs)의 발언권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이번 개혁안에는 유럽을 견제하려는 미국과 경제규모에 비해 과소대표된 지분을 높이려는 브릭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
국제통화기금은 지난 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이사회를 열어 쿼터(지분) 및 지배구조 관련 세부 개혁 방안에 합의했다. 기금의 지분은 각국이 내는 출자할당액에 따라 결정되는데, 주요 의결사항에 대한 투표권과 기금의 구제금융방식인 특별인출권(SDR) 등을 받는 데 영향을 미친다.
중국과 브라질은 지분이 각각 2.40%포인트와 0.53%포인트씩 증가해 최대 수혜국에 꼽혔다. 단숨에 6위에서 3위에 오른 중국을 비롯해 브릭스 국가 모두가 10위권 안에 진입했다. 우리나라도 1.41%에서 1.80%로 지분이 증가하며, 18위에서 16위로 순위가 올랐다. 반면에 벨기에를 비롯해 독일,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등 유럽 나라들의 지분은 줄어들었다. 미국도 0.26%포인트 줄었지만 17.41%로 여전히 1위를 유지했다. 기금의 주요 안건 통과에는 85% 이상의 지분이 필요하기 때문에 미국은 지분이 축소됐지만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번 개혁안의 윤곽은 지난달 23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진통 끝에 마련됐다. 기금의 지분을 신흥개도국과 과소대표국으로 6% 이상 이전하기로 합의하기까지 미국과 유럽, 브릭스 사이에서 팽팽한 신경전이 오갔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 5개국 재무장관들이 별도로 두차례 만났고, 선진 7개국(G7)과 브릭스가 최종 담판을 벌인 끝에 합의에 이르렀다. 당시 실무협상에 참여했던 관계자는 “(유럽을 견제하기 위해) 신흥국으로 쿼터 이전을 강조한 미국과 과대대표국에서 과소대표국으로의 지분 이전을 중시한 유럽 국가 간에 견해 차가 컸다”며 “줄어들 지분 규모를 최소화하려는 프랑스와 신흥국에 돌아갈 지분에 대해서만 양보할 수 있다는 미국이 대립하면서 막판까지 격론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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