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한-미 FTA ‘추가양보’…미국 입맛따라 ‘굴욕 협상’

등록 2010-11-10 08:41수정 2010-11-10 08:43

국회심의 피하려 ‘추가협정’ 꼼수
미 요구땐 제2, 제3의 협정도 가능
한-EU FTA 자동차 협상에도 영향
역시 ‘나쁜 협상’이다. 2007년 4월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타결한 뒤 미국 의회의 요구에 따라 같은 해 6월 재협상할 때처럼, 2008년 4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전면 허용하기로 약속해 ‘촛불시위’로 번진 한-미 쇠고기 협상 때처럼, 이번에도 우리 정부는 타당성 검토나 국내 의견 수렴 절차를 깡그리 무시하고, 미국 요구안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쪽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 ‘재협상’을 ‘추가 협상’으로 포장 이번 협상이 기존 협정문 내용을 고치는 ‘재협상’인데도, 정부는 기존 협정문의 국회 재심의를 피하려고 ‘추가 협정(협의)서’를 맺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환경 및 안전기준을 완화하려면 기존 협정문 제9장(무역에 대한 기술장벽)의 부속서한(구체적 자동차 규제문제)을, 한국의 수출용 완성차에 대한 관세환급 제도에 상한선을 적용하려면 부속서6-가(품목별 원산지 규정) 등을 고쳐야 한다. 그러나 양쪽 통상당국은 협정문에 손을 대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되면 야당이 요구하는 ‘전면 재협상론’(독소조항 개정론)을 거부할 명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 협상 타결 의미가 없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자동차 분야의 추가 협정서다. 그러나 이로써 미국 내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 언제든지 기존 협정문의 일부 조항을 바꾸거나 더하는 제2의, 제3의 ‘추가 협정서’를 맺을 여지가 생겼다. 이미 미국 하원 섬유위원회(섬유코커스) 소속 의원 25명은 한-미 협정문의 섬유조항을 수정해야 한다는 공개 서한을 발표한 바 있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국제관계학)는 “추가 협정서 체결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 협정을 맺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통상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도 “정부가 기존 협정문에 손대지 않는다는 걸 협상의 목적으로 삼다 보니 변칙적인 방법이 나왔다”며 “미국이나 유럽연합처럼 통상협상 과정에 국회의 관여와 통제가 필요하다는 게 다시 한번 입증됐다”고 말했다.

■ 국내 절차 무시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이번에 ‘재협상’에 나서면서 미 의회는 물론 자동차 업계, 노동계의 의견을 몇 주간 모았다. 그러나 통상교섭본부는 국내 이해관계자는 물론 국회의 의견조차 듣지 않고 재협상을 밀어붙였다. 자동차공업협회가 대응책을 마련하려고 협상 상황을 문의했지만 답변을 얻지 못했다.

국회에도 마찬가지다. 8일 오후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의 첫 언론브리핑을 3시간 앞두고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해당 상임위원회에 협상 진행상황을 간략히 소개한 게 전부다. 김 본부장의 첫 언론브리핑은 6분 만에, 최석영 자유무역협정 교섭대표의 9일 브리핑은 4분 만에 끝났다. 현행 ‘자유무역협정 체결절차 규정 21조’는 정부는 협상 진행상황을 국회에 보고해야 하고, 이해 당사자와 국민에게 진행상황을 수시로 설명해 의견을 수렴하도록 하고 있다.

■ 한-EU 협정에도 영향 이번 재협상의 또다른 문제점은,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환경기준 등을 바꾸면 한-유럽연합(EU) 협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정부는 유럽연합과의 협상에서 유럽산 수입차에 대해선 한국의 배출가스 기준을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1만대 이하를 판매하는 수입 자동차 제조사에는 그 기준을 완화하는 과도 기간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 과도 기간은 한-미 협정이 발효될 때까지 유효하며, 그 뒤에는 한-미 협정문을 따르기로 협정문에 명시했다.

따라서 이번에 한-미 간 재협상에 환경기준을 완화하게 되면, 유럽의 자동차회사에도 그 기준이 자동으로 적용된다. 미국, 유럽의 자동차가 이처럼 ‘치외법권’을 보장받으면, 국내 업체와의 역차별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