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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17년 표류한 ‘농협 개혁안’ 마침표 찍나

등록 2010-11-11 08:45

농협
농협
신용·경제분리법 국회 논의
자본금 규모·지원방식 등
정부-농협 견해차이 좁혀
야당선 “경제사업 방안 미흡”
농협중앙회가 협동조합의 본모습을 찾을 것인가? 은행업의 쏠쏠한 돈벌이에 취해 있던 오랜 외도에 마침표를 찍고, 농업 육성과 농산물 판매사업이란 본업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사실, 미국의 선키스트도, 세계적인 농산물 유통회사인 네덜란드의 그리너리도 모두 농민들이 운영하는 협동조합이다.

농협중앙회에서 신용(은행)사업을 금융지주회사로 떼어내고, 경제(판매)사업은 경제지주회사로 독립시키는 농협법 개정안이 다음주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의 법안 심사 도마에 다시 오른다. 올 4월 논의를 중단한 지 7개월 만이다. 김영삼 정부 출범 초인 1993년 농민단체 요구로 처음 농협 개혁안을 마련했던 때로 거슬러 올라가면 무려 17년 만이다.

국회 농식품위는 지난해 말 지금의 정부가 제출한 ‘농협 신·경 분리’ 법안을 놓고 올 4월까지 4차례 심사 소위를 열었지만, 아무 소득을 올리지 못했다. 정부는 이번에는 농협법 통과의 기운이 무르익었다고 기대한다. 가장 껄끄러운 농협중앙회와의 이견 조정을 어렵사리 마쳤기 때문이다.

야당과 농민단체 쪽은 “미흡하더라도 논의를 일단락지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면서도,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이 여전히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김효석 민주당 의원은 “지금 정도로 적당히 통과시킬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 사면초가 몰린 농협중앙회 지난 20년 가까이 농협 개혁이 좌초됐던 가장 큰 이유는 당사자인 농협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농협 쪽은 신용사업과 교육지원사업, 경제사업을 아우르는 지금의 종합농협체제가 오히려 더 경쟁력이 있다고 줄기차게 주장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8년 이후 사정이 급변했다. 2007년 1조3000억원에 이르렀던 신용사업 수익이 급감하기 시작해, 지난해 1512억원선으로 줄어들었고 올해도 사정이 호전되지 않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비금융인 중심인 농협중앙회 이사회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신용사업에서 번 돈을 농민 지원에 지출하는 지금 구조로는 금융시장의 치열한 경쟁환경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말했다.

올 가을 배추 파동 때는 “도대체 농협이 뭘 하느냐”는 뼈아픈 직격탄을 맞았다. 배추값이 1만5000원까지 치솟아도 농협의 존재는 보이지 않았고, 뒤늦게 생색내기 할인판매에 나선 게 고작이었다. “손쉬운 돈벌이에 몰두하면서 조합원을 위한 판매사업을 손놓았다”는, 농협의 정체성에 대한 거센 비난이 이어졌고, 협동조합의 경제사업을 강화하자는 공감대가 농협 안에 급속히 형성됐다. 농협중앙회는 1만8000명의 직원 가운데 76%인 1만3600명이 신용사업에 종사하고 있다.

농협법 개정의 쟁점 및 정부안
농협법 개정의 쟁점 및 정부안
■ 정부-농협 합의안 내용은 사면초가에 몰린 농협이 오히려 법안 통과에 더 매달리기 시작했다. 농협은 6조원의 자본금을 중앙회 쪽으로 출자하는 내용을 개정안에 못박아야 한다던 주장을 철회했고, 법 개정 이후 자산 실사를 거쳐 자본금 규모와 지원방식을 정하자는 정부안을 받아들였다. 대신, 세부적인 내용을 논의하는 협의체를 구성하고, 관련 내용을 법 부칙에 명시한다는 절충지점을 만들어냈다.


법인 분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은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 감면해 준다는 데도 합의했다. 농협의 공제사업은 5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일반 보험대리점과 같은 틀의 규제를 받되, 농어민 대상의 일부 정책보험에 대해서만 예외를 인정받기로 했다.

■ 경제사업 활성화, 20% 부족하다 김효석 민주당 의원은 경제사업 부문의 자본확충과 경제사업 운영방안의 구체성 확보, 두 가지를 법 통과의 전제로 제시했다. 김 의원은 “대형 마트에 대응하는 농민의 교섭력을 높일 수 있도록 명시적이고 구체적인 경제사업 확충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지금 안으로는 미흡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농협중앙회의 12조원대 자본금 중 경제사업 쪽은 2700억원에 불과해, 해마다 1000억원 이상의 이자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만년 적자라는 경제사업의 지난해 적자는 700억원대여서, 자본금 확충만으로도 단숨에 흑자구조로 전환할 수 있는 것이다.

김기태 협동조합연구소장은 “경제사업 활성화와 관련한 내용은 잘될 것이라는 가능성만 말하고 있지, 경제지주회사의 조직이나 자본금 규모 등 분명하게 정해진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독립법인으로 떨어져 나가는 농협은행(신용사업 부문)이 지금처럼 회원조합 지원에 계속 나설 것인지도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과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쪽은 지난주 단일안을 마련해 “미흡하더라도 신·경 분리 논의를 일단락지을 것”을 요구하면서도 “이번 정부안이 경제사업 활성화는 소홀히 한 채 단순히 은행업을 보존하려는 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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