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본부장, ‘재협상’ 인정
미, 자동차 세이프가드 신설
관세철폐안 수정까지 요청
미, 자동차 세이프가드 신설
관세철폐안 수정까지 요청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벌어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서 미국은 자동차 분야에서 자동차 안전기준이나 환경규제 같은 비관세 장벽뿐 아니라 기존 합의한 관세철폐안까지 개정하자는 요구를 내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16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지난 8~10일 서울에서 열린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의 회담 결과를 이렇게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재협상이라는 게 협정문을 수정하는 논의인데, 미국 쪽이 협정문 수정이 불가피한 요구를 (통상장관 회의에서) 내놓았고, 이에 우리 정부는 수용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이 미국과의 회담이 사실상 재협상임을 인정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박주선 의원(민주당)은 “그동안 재협상은 절대 없다고 했는데 경위를 살펴보니 다섯번에 걸친 재협상이 있었다. 국민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지적하자, 김 본부장은 “협정문 내용을 수정하는 요구가 담겨 합의가 어려웠다”며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미국은 두 나라 자동차 교역의 불균형을 거론하며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 시장 확대를 보장하는 방안뿐 아니라, 한국산 자동차의 미국 진출을 제한하는 조처까지 함께 요구했다고 김 본부장이 보고했다. 미국은 미국 자동차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산 자동차 수입에 대한 관세 철폐 기간을 연장하고,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처) 조항의 신설도 요구했다는 것이다. 기존 협정문에서 미국은 자동차에 대해 3000㏄ 미만 승용차 관세율 2.5%만 즉시 철폐하고, 3000㏄ 이상은 3년, 픽업트럭(10%)은 10년 동안 단계적으로 철폐하게 돼있다. 하지만 미국 자동차업계의 요구에 따라 세이프가드가 발동되면 협정에 따른 관세 철폐 또는 인하 혜택도 함께 정지된다.
김 본부장은 앞으로 추가 협상 일정과 관련해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지만 양국간 협의는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기존 협정문을 변경·수정하는 부분이 생길 경우 국회에서 재비준을 받는 절차를 거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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