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FTA 재협상서 제안 드러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서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철폐 이행기간을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 시장 판매 확대와 연계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자동차 수입에 대한 미국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처) 발동 요건과 기간도 대폭 완화하도록 요구했다. 이는 우리 정부가 ‘협정 발효의 기대 효과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주장해온 자동차 분야 협정문의 뼈대를 허무는 것인데다, 지금까지 국제통상 조약에서 전례가 없는 요구여서 논란이 예상된다.
협상 진행 상황에 밝은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21일 “지금까지 양쪽 실무협의나 통상장관 회담을 통해 미국이 내놓은 자동차 분야 수정안은 자유무역이 아니라 사실상 ‘관리무역’에 가깝다”며 “이를 반영해 협정문을 수정할지 여부를 놓고 정부 부처 안에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자동차 분야에서도 가장 큰 쟁점은 미국의 관세 철폐 이행기간 연장과 세이프가드 조항”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미국 통상전문지 <인사이드 유에스 트레이드>는 하원 외교위원회 소속인 애덤 스미스 의원(민주당)과의 인터뷰 기사에서, 미국이 자동차 관세 철폐 시한을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 시장 진출이 증가할 때까지 유예하도록 기존 협정문을 수정하자고 요구했다고 1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한국 협상단이 이런 요구를 거부하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에프티에이 이행법안을 심의하는 하원 세입위원회 샌더 레빈 위원장과 공화당 간사인 데이브 캠프 의원의 의견을 수렴해 한-미 정상회담에서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고 스미스 의원은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2일 “발표만을 위한 합의에는 관심이 없다”며 “자동차가 큰 우려사항인데 미국에는 40만대의 한국산 자동차가 들어오지만, 한국에는 (미국산 자동차) 수천대가 수입되는 게 고작이란 것”이라고 불만을 표시한 바 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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