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협정문의 ‘독소조항’과 한국이 검토할 수 있는 요구안
한-미 FTA 재협상, 한국 카드는?
전문가들 적극 대응 주문
정부 ‘밀실협상’ 비판 고조 미국 메릴랜드주 컬럼비아에서 30일 재개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과 관련해, 우리 정부는 ‘이익의 균형’을 맞추겠다면서도 미국에 무엇을 요구할지를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자동차 분야에서도 우리가 얻을 부분이 있다”(최석영 외교통상부 교섭대표)거나 “국익 손상이 없도록 새로운 제안을 할 수 있다”(김황식 국무총리)는 원칙론만 내세운다. 통상전문가들은 미국이 2007년 6월30일 협상 타결 뒤 벌어진 미국 자동차산업의 붕괴를 재협상 이유로 내세우듯 우리 쪽에서도 맞대응 카드를 제시할 명분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전세계적 금융불안이나,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 체결 등이 대표적으로 달라진 상황이다. 우선 의약품 등록·시판 허가와 특허를 연계시킨 조항을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 조항은 특허권자가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 기간에는 보건당국이 복제약 시판을 막아야 한다는 것인데, 복제약 비중이 큰 우리나라한테는 일방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이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도 “약값이 대폭 인상되고, 건강보험 재정 악화와 보험료 인상을 초래할 것”이라며 삭제를 주장한다. 에프티에이 찬성론자인 최원묵 이화여대 교수(법학)는 “2008년 금융위기를 감안해 수정을 제안해야 한다”며 금융 세이프가드 조항을 지목했다. 현행 협정문에는 급격한 외환유출입이 발생하면 외환거래를 일시 중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지만, 전제조건이 10가지나 달려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특별 분쟁해결 절차로 도입된 ‘스냅 백’(snap back)이 협상카드 1순위다. 협정 위반이나 관련 이익을 침해하면 미국이 6개월 안에 관세 혜택을 철회할 수 있는 규정인데 전세계 어느 통상조약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소조항이다. 농업 분야에서는 일부 품목의 관세 철폐 시기를 연장하거나, 농산물 세이프가드의 품목을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재협상 국면은 원천적으로 미국에 불리한 만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강문성 고려대 교수(국제학)는 “미국은 우리의 경쟁국인 일본, 대만, 중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진행하지 못했지만 우리는 미국의 경쟁국인 유럽연합과 이미 협상을 타결했다”며 유리한 상황을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한편 국회를 따돌리는 ‘밀실 재협상’이 헌법 위배라는 지적이 나왔다. 통상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국회 상임위까지 통과한 협정문의 본질적인 내용을 바꾸는 것이라 헌법에 따라 재협상 내용을 국회에 사전 동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헌법 제60조는 ‘국회가 국제조약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되어 있다. 또 ‘자유무역협정 체결절차 규정’을 보면, 통상당국은 협상 진행상황을 국회에 수시로 보고해야 한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정부 ‘밀실협상’ 비판 고조 미국 메릴랜드주 컬럼비아에서 30일 재개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과 관련해, 우리 정부는 ‘이익의 균형’을 맞추겠다면서도 미국에 무엇을 요구할지를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자동차 분야에서도 우리가 얻을 부분이 있다”(최석영 외교통상부 교섭대표)거나 “국익 손상이 없도록 새로운 제안을 할 수 있다”(김황식 국무총리)는 원칙론만 내세운다. 통상전문가들은 미국이 2007년 6월30일 협상 타결 뒤 벌어진 미국 자동차산업의 붕괴를 재협상 이유로 내세우듯 우리 쪽에서도 맞대응 카드를 제시할 명분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전세계적 금융불안이나,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 체결 등이 대표적으로 달라진 상황이다. 우선 의약품 등록·시판 허가와 특허를 연계시킨 조항을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 조항은 특허권자가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 기간에는 보건당국이 복제약 시판을 막아야 한다는 것인데, 복제약 비중이 큰 우리나라한테는 일방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이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도 “약값이 대폭 인상되고, 건강보험 재정 악화와 보험료 인상을 초래할 것”이라며 삭제를 주장한다. 에프티에이 찬성론자인 최원묵 이화여대 교수(법학)는 “2008년 금융위기를 감안해 수정을 제안해야 한다”며 금융 세이프가드 조항을 지목했다. 현행 협정문에는 급격한 외환유출입이 발생하면 외환거래를 일시 중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지만, 전제조건이 10가지나 달려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특별 분쟁해결 절차로 도입된 ‘스냅 백’(snap back)이 협상카드 1순위다. 협정 위반이나 관련 이익을 침해하면 미국이 6개월 안에 관세 혜택을 철회할 수 있는 규정인데 전세계 어느 통상조약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소조항이다. 농업 분야에서는 일부 품목의 관세 철폐 시기를 연장하거나, 농산물 세이프가드의 품목을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재협상 국면은 원천적으로 미국에 불리한 만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강문성 고려대 교수(국제학)는 “미국은 우리의 경쟁국인 일본, 대만, 중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진행하지 못했지만 우리는 미국의 경쟁국인 유럽연합과 이미 협상을 타결했다”며 유리한 상황을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한편 국회를 따돌리는 ‘밀실 재협상’이 헌법 위배라는 지적이 나왔다. 통상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국회 상임위까지 통과한 협정문의 본질적인 내용을 바꾸는 것이라 헌법에 따라 재협상 내용을 국회에 사전 동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헌법 제60조는 ‘국회가 국제조약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되어 있다. 또 ‘자유무역협정 체결절차 규정’을 보면, 통상당국은 협상 진행상황을 국회에 수시로 보고해야 한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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