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요구에 끌려가는 상황인데
김종훈 “이틀이면 긴시간” 낙관
김종훈 “이틀이면 긴시간” 낙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하려고 미국을 방문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29일(현지시각) 협상 타결을 낙관했다.
김 본부장은 기획재정부·지식경제부·국토해양부 관계자 등 한국대표단 10여명과 이날 워싱턴 인근 델레스 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틀이면 긴 시간”이라며 “(협상이 타결짓겠다는) 생각이 없으면 미국에 올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30일 오전10시부터 이틀간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워싱턴 인근 컬럼비아시에서 통상장관 회의를 열어 미국산 자동차와 쇠고기의 한국 시장 진출 확대 방안 등을 논의한다.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 관세(2.5%) 철폐 이행기간 연장, 자동차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처) 도입, 한국의 자동차 안전기준 및 환경규제 면제 등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한-미 공조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어서, 시한을 두고 협상을 벌일 경우 한국 쪽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신범철 경기대 교수(경제학)는 “협상은 협상력에 의해 좌우되는데 큰 나라와 할 때는 작은 나라가 힘이 약하고, 특히 최근 국제정세가 한국 쪽에 유리하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백일 울산과학대 교수(유통경영학)는 “미국의 요구사항을 양보해줄 뿐 우리에게 맞대응 카드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학)는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을 지렛대로 활용해 미국과의 협상을 이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김 본부장은 “(연평도 포격과) 에프티에이 협상은 별개”라면서 “경제통상 업무는 경제통상 업무대로 서로간 이해가 맞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전에도 우리 정부는 미국 쪽 사정 때문에 설정된 마감시한에 얽매여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협상을 벌인 경험이 있다. 지난 2007년 4월2일 한-미 에프티에이 협상 타결을 공식 선언한 뒤 미국 의회가 민주당의‘신통상전략’을 반영해 노동·환경·의약품·투자 등 7개 분야에 대해 다시 협상하라고 요청하자, 통상당국은 같은 해 6월21~23일 비공개로 재협상에 들어갔다. 결국 ‘재협상 불가 원칙’을 정부 스스로 뒤집고 미국 요구를 거의 모두 받아들여 6월30일 정식 서명했다. 미국의 통상절차인‘무역촉진권한’(TPA) 시한을 맞추기 위해서였다.
정은주 기자,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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