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담보·무보증 대출 주장속
채권단 ‘무효화 논리’ 반박만
채권단 ‘무효화 논리’ 반박만
현대건설 채권단과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지분 매각·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29일 맺은 뒤에도 ‘핑퐁 게임’을 이어가고 있다. 채권단이 “(현대건설 인수자금 마련을 위한 프랑스 은행 대출과 관련해) 1조2000억원에 대한 증빙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지만, 현대그룹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대신 양해각서의 해지 관련 조항을 둘러싼 공방만 벌였다.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는 30일 한국거래소가 ‘현대건설 인수자금 조달 관련 담보나 채무보증을 제공했는지 여부’에 대한 조회 공시를 요구하자, “담보, 채무보증 등을 제공한 사실이 없다”고만 밝힌 채 대출계약서를 내놓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현대그룹이 당분간 시간을 끌면서 채권단이 서류 제출 마감시한으로 못박은 이달 13일까지 버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이날 현대그룹은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의 전날 발언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 힘을 쏟았다. 유 사장이 전날 “5영업일 이내에 대출계약서를 제출하고 자료가 미흡하면 추가 5영업일의 시한을 준 뒤 양해각서를 해지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양해각서 조항에는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추가 서류를 요청하는 경우 현대그룹이 성실히 응하지 않으면 양해각서를 해지한다”고만 쓰여 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범위’라고만 명시돼 있을 뿐, 제출 서류를 대출계약서로 못박거나 구체적인 마감시한을 정해놓지도 않았다는 게 현대그룹 쪽 주장이다.
채권단 생각은 다르다. 채권단 운영사인 외환은행 관계자는 “5영업일이라는 시한은 채권단이 ‘합리적인 범위’라고 판단해 제시할 수 있다”며 “5영업일에 추가로 5영업일 시간을 더 주기로 한 걸 지키지 않으면 현대그룹은 양해각서를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양해각서 해지 문제는 채권단 안에서도 의견이 엇갈려, 이후 논란이 예상된다. 유재한 사장은 “운영위원회(정책금융공사와 외환은행, 우리은행) 3곳 가운데 2곳이 찬성하면 된다”고 말했지만, 외환은행 쪽은 “법률 검토를 받아봐야 한다”며 거리를 뒀다.
한편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날 현대상선과 현대증권을 무고 및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하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는 1조2000억원의 출처와 외환은행의 부당한 매각 주관기관 업무 수행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다. 현대그룹도 이날 현대차를 상대로 “근거 없는 의혹들을 제기했다”며 50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황예랑 김수헌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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