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 올해보다 15억 증액
“한국선 불법인 입법로비 자행”
“한국선 불법인 입법로비 자행”
외교통상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타결 뒤 미국 의회 설득을 위해 현지 로비·법률회사와 26억원치의 계약을 추진하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박주선 민주당 의원이 외교통상부에 요청해 받은 ‘자유무역협정 체결 및 후속 조치사업 세부내역’을 보면, 외교부는 미 의회가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비준 동의하도록 지원하는 예산 26억7900만원을 편성했다. 구체적인 내역을 살펴보면 의회활동 자문(11억400만원), 대미 경제·통상 네트워크 사업(6억7800만원), 홍보(3억4500만원), 통상정책 자문(2억7600만원), 법률 자문(2억7600만원) 등으로 돼 있다. 이는 한-미간 협상을 시작한 2006년부터 올해까지 5년 동안 외교부의 해당 예산 총액(24억889만원)보다 더 많은 액수다.
의회활동 자문이란, 미국 로비업체를 통한‘전략적 자문’과 입법 지원 등 ‘대의회 설득활동’을 의뢰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에서는 불법인‘입법로비’인 셈이다. 특히 외교부는 이명박 정부 출범 첫해인 2008년 유명 로비업체인 ‘애킨 검프’와 6780만원의 계약을 맺었으며, 올 들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관심을 보이자 다수의 로비·홍보업체와 신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 민주당 쪽에 영향이 있는 로비업체인 ‘파븐 팜퍼 스트래티지스(1억8750억)’, 애킨 검프(3억 6510만원)와 잇따라 손을 잡았고, 공화당 쪽에 인맥이 두터운 ‘피어스, 이사코비츠 앤 블라록’과도 2억3900만원을 주고 추가로 계약했다. 이에 의회·법률 자문료로 올해는 9억5280만원을 썼고, 오바마 행정부가 에프티에이 이행 법률을 의회에 제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에는 그 예산을 2.8배 늘려 잡은 것이다. 외교부는 자료에서 “워싱턴에 편향됐던 우리 경제통상 외교가 미 의회 정치의 근간인 지역구 차원에서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며 “지역 이해 관계자를 발굴해 (미 의원들에게) 정치력을 행사하도록 데이타베이스(DB)를 구축하고 풀뿌리 홍보회사를 고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주선 의원은 “정부가 협상장 내에서는 일방적인 양보로 ‘벙어리’ 굴욕 협상을 진행하고, 밖에서는 국민의 세금 수십억원을 낭비하며 로비나 하고 있다”며 “한국에선 불법인 로비를, 정부가 나서서 자행하는 꼴이니 제대로 외교할 능력이 없다면 물러나는 것이 국민에 도움이 된다”고 꼬집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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