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농가, 어려움 호소하지만… 이병모 (사)대한양돈협회 회장(왼쪽 둘째)이 6일 오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열린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 공청회에서 양돈 농가의 어려움을 얘기하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한-미 FTA 재협상’ EU에도 불똥 튀나
제3국에 더많은 개방땐 EU에 동등적용 못박아
유럽, 의회 처리 한-미FTA 체결 뒤로 이미 연기
“한국 막대한 피해 가능성”…양보 악순환 우려
제3국에 더많은 개방땐 EU에 동등적용 못박아
유럽, 의회 처리 한-미FTA 체결 뒤로 이미 연기
“한국 막대한 피해 가능성”…양보 악순환 우려
당장 ‘발등의 불’은 유럽연합과 맺은 협정이다. 한국과 미국의 재협상 내용에 따라 결과적으로 미국보다 앞서 자국의 자동차 시장을 우리나라에 개방하게 된 유럽연합 쪽이 미국과의 동등 대우(패리티)를 주장하고 나설 경우, 우리 정부는 난처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최석영 자유무역협정 교섭대표는 지난달 22일 열린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한-유럽연합 에프티에이 분야별 쟁점에 관한 공청회’에서 “(한-미 재협상) 합의 결과 협정문 수정을 수반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그 부분은 유럽연합 쪽과 추가협의를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에서 양국은 한국산 자동차를 유럽에 수출할 때 매기는 관세(10%)를 1500㏄ 이상은 3년간, 1500㏄ 이하와 하이브리드 차량은 5년간 단계적으로 없애기로 합의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관세 철폐 조건도 동일하다. 이 때문에 피아트 등 일부 유럽 자동차업체들은 개방 범위와 시기가 너무 넓고 빠르다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결국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나서 한-미 에프티에이에 견주면 상대적으로 많은 양보를 얻어냈다고 설득한 끝에, 간신히 내년 7월1일 잠정 발효하기로 합의할 수 있었다. 기존 한-미 협정문에는 한국산 자동차 중 3000㏄ 이하는 미국이 관세 2.5%를 즉시 철폐하고, 미국이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전기자동차는 9년간 관세를 유지한다고 돼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 자동차 부문을 대거 양보하는 형태로 한-미 재협상이 이뤄짐에 따라,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이번 재협상에서 한-미 두 나라는 모든 승용차를 대상으로 기존 관세를 4년간 더 유지하기로 했다. 한국산 승용차의 미국 관세 철폐 시기는 늦춰진 데 반해, 미국산 전기차의 한국 관세 철폐는 앞당겨졌다. 게다가 애초 협정문에는 없던 특별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처)마저 신설됐다.
이 때문에 이번 한-미 재협상 결과를 빌미로 유럽연합 쪽이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유럽연합은 당장 ‘미래 최혜국 대우 조항’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유럽연합 협정문에는 한국이 더 많은 개방을 제3국과 약속하면 이를 유럽연합에도 동등하게 적용한다는 조항이 담겨 있다. 백일 울산과학대학 교수(유통경영학과)는 “미국과 유럽연합이 최혜국 조항에 따라 한국 쪽에 불리한 점을 상호적으로 더 요구할 수 있고, 이렇게 되면 한국이 굉장히 큰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정부도 이를 숨기지 않는 분위기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5일 한-미 재협상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환경기준에 대해 유럽 쪽에서도 관심이 있을 것”이라며 “유럽과도 협의하되, 에프티에이와는 별개”라고 말했다. 유럽연합 측의 문제제기 가능성을 인정한 셈이다.
한편 내년 7월1일로 예정됐던 한-유럽연합 협정 잠정 발효 시기도 다소 늦춰질 수 있다. 유럽의회는 한-유럽연합 협정에 규정된 세이프가드를 이행하기 위한 입법 조처와, 오는 14일로 예정했던 에프티에이 동의안 처리 등을 내년으로 연기했다. 이와는 달리, 우리나라 국회는 6일 한-유럽연합 공청회를 연 데 이어 7일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비준 동의안을 심의할 계획이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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