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전문지 “협의 지속” 보도
미 낙농업계 수출 타격 우려탓
“쇠고기 문제도 여전히 논의중”
미 낙농업계 수출 타격 우려탓
“쇠고기 문제도 여전히 논의중”
미국 정부가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에 포함된 지리적표시제(GI) 이행에 제동을 걸고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미국 하원의원 55명은 지난 9월 지리적표시제가 미국 낙농제품의 한국 시장 진출을 막을 수 있다는 우려를 표현한 공식서한을 보냈고, 이에 미 무역대표부(USTR)가 해결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 통상전문지 <인사이드 유에스 트레이드>는 자동차 분야에 집중한 한-미 에프티에이 재협상과는 별개로, 두 나라의 고위 실무자들이 낙농제품의 지리적표시제 문제를 논의했지만 타결점을 찾지 못했다고 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그러나 미 행정부는 이 의제에 대한 협의를 지속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미국 낙농회사가 치즈를 생산하면서 유럽 지역의 이름을 특정 치즈를 일컫는 보통명사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숙성된 반연질 치즈인 ‘로크포르’는 프랑스 동남부의 한 마을 이름이고, 우유를 가열해 압착·숙성한 ‘아시아고’는 이탈리아 베네치아 북쪽에 있는 마을이다. 또 소의 전유를 숙성시킨 블루치즈인 ‘고르곤졸라’는 이탈리아 밀라노 동쪽의 도시명이다. 한-유럽연합 에프티에이가 발효되면 이런 이름을 붙인 미국산 치즈는 지적재산권 위반에 해당돼 한국 시장에 들어오지 못하거나, 지재권을 가진 유럽회사에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 미국 낙농업계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발효로 한국의 낙농관세 36%가 철폐되더라도, 지리적표시제 탓에 한국 시장 진출이 봉쇄될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한편 <인사이드 유에스 트레이드>는 미 행정부가 쇠고기 문제도 여전히 논의중이라고 강조했다. 한-미 재협상에서 미국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관세 40%를 15년 동안 단계적으로 철폐하도록 한 기존 협정문을 수정하고, 한국 소비자의 신뢰가 회복됐으니 30개월 이상 쇠고기도 수입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최석영 통상교섭본부 자유무역협정 대표는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한-미 에프티에이 의회 비준 동의 과정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한국 시장 전면 개방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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