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라, 210곳 조사…“경영에 활용” 40%뿐
지난 1991년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삼익악기는 공장 내 안내문과 표지판을 인도네시아어로만 적고, 한국 직원도 모두 공장에서는 현지 언어로만 대화한다. 현지 직원과의 의사소통에서 생길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고 문화적 차이로 빚어지는 갈등을 줄이기 위한 기업의 노력이다.
또 지역 주민과도 긴밀한 관계를 형성했다. 공장 주변 찌레붐 초등학교에 피아노와 컴퓨터를 기증하고 피아노·영어 교사를 지원한다. 찔릉시에 있는 고등학교에는 연간 1만달러씩 기부해 성적이 좋지만 가정환경이 어려워 학업을 지속할 수 없는 학생들을 돕는다. 장애고아원과 병원을 연계해 응급환자가 생기면 곧바로 치료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삼익악기 쪽은 “지방자치정부, 유관기관과 관계가 좋아졌고 회사에 대한 자긍심이 높아져 숙련 기술자의 이직 방지에도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15일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국외 10개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210개를 대상으로 사회책임경영(CSR) 활동을 조사해 ‘해외진출 우리기업의 사회책임경영 실태 및 성공사례’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삼익악기처럼 사회책임경영을 실천하는 기업 비율은 40%에 그쳐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사회책임경영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응답이 38.5%나 됐다. 29%(61곳)는 들어본 적이 있지만 정확히 모른다고 했고, 9.5%(20곳)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사회책임경영을 실천하느냐’는 물음에는 31.4%(66곳)가 ‘실천한 적도 없고, 아직 계획이 없다’고, 28.6%(60곳)가 ‘향후 계획은 있지만 현재 실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실천하고 있다’고 답변한 84곳(40%) 가운데 대기업 비율은 36.9%로 가장 높았고 중견기업(21.4%), 중소기업(21.4%), 개인기업 등 기타(16.7%)가 뒤따랐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기업(41.6%)이 서비스업 기업(33.3%)에 비해 실천 비율이 높았다. 주요 활동은 직원복지(92곳)와 빈민층 기부(68곳), 인권존중 및 규범준수(50곳) 등으로 조사됐다.
또 사회책임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의 78.6%가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답했다. ‘종업원의 자긍심 향상’(45.5%)이 가장 많이 나타났고 ‘현지 정부·유관기관과의 관계 강화’(33.3%), ‘브랜드 인지도 향상’(15.2%) 등도 사회책임경영에 따른 효과로 꼽혔다.
곽동운 코트라 정보컨설팅본부장은 “지역 사회에 대한 지원활동은 결국 기업 이미지 제고, 노사관계 안정 등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에 꼭 필요하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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