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인수전’ 물고 물리는 법적 공방
본계약 부결땐 ‘MOU 해지금지 가처분’도 무의미
우선협상자 자격박탈·매각절차 등 법적 쟁점될듯
우선협상자 자격박탈·매각절차 등 법적 쟁점될듯
현대그룹 인수 사실상 무산
“현대그룹과 주식매매계약(본계약)을 맺지 않으면 거래 자체가 끝나는 것이기 때문에, 양해각서 해지 여부는 큰 의미가 없다.”(채권단 관계자)
채권단이 본계약 체결을 막는 식으로 선수를 쳐서, 현대그룹과의 매각협상을 사실상 백지화하기로 했다. 17일 채권단 주주협의회에 ‘현대건설 주식매매계약 체결 승인안’과 ‘양해각서 해지안’ 두 안건을 동시에 올림으로써, 현대그룹이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법에 채권단을 상대로 내놓은 ‘양해각서 해지 금지 가처분 신청’이 무용지물이 되도록 배수진을 친 셈이다. 채권단이 양해각서를 해지하고 법원이 현대그룹의 손을 들어줄 경우, 현대그룹과 매각절차를 다시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앞서 채권단은 현대그룹이 프랑스 나틱시스 은행에 예치된 1조2000억원에 대해 ‘2차 대출확인서’를 제출한 것과 관련해 “각종 의혹을 소명하기엔 불충분하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이후 현대건설 매각 논란의 무대는 ‘법정’으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일단 채권단이 본계약을 맺지 않겠다고 결정할 경우, 현대그룹이 내놓은 양해각서 해지 ‘금지’ 또는 ‘취소’ 소송 자체는 실효성이 없어지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채권단이 법정 다툼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건 아니다. 우선 매각절차가 공정했는지, 이 과정에서 채권단이 현대그룹의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박탈한 것이 정당했는지 등이 법적 논쟁거리가 될 수 있다. 현대그룹이 아니라 예비협상대상자인 현대차에 현대건설을 넘겨주는 문제도 또다른 ‘불씨’로 남아 있다. 현대그룹 쪽은 “현대차가 부당한 이의제기로 입찰을 방해했으니 예비협상대상자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또 현대그룹이 그동안의 매각절차가 부당했다는 이유를 들어 채권단을 상대로 ‘입찰 효력 중지 가처분 신청’ 등을 내어 매각 판 자체를 깨버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채권단은 현대차와 매각 협상할지 여부는 추후 법률 검토와 주주협의회를 거쳐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이밖에 현대그룹이 매각주간사에 이미 납부한 이행보증금 2755억원 반환을 둘러싼 소송도 불가피하다.
현대그룹 쪽은 이날 “운영위원회가 안건을 결정한 것뿐이지 주주협의회 최종 결정이 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후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채권단의 계획과 달리 현대그룹에 현대건설이 넘어가게 되더라도, 채권단은 소송을 피할 수 없다. 현대차가 법적 반격에 나설 전망이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그동안 매각 과정에서 “채권단 자문 변호사가 서명했기 때문에 양해각서 자체가 법적 효력이 없다”거나, “현대그룹에 대출 증빙서류 제출기한을 연장해준 것은 법률 위반”이라고 여러차례 부당함을 지적해왔다. 현대차 관계자는 “어느 시점에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지는 법률자문사와 함께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처럼 복잡하게 물고 물리는 소송전을 통해 현대건설 매각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은 법무법인 화우와 바른, 현대차는 김앤장, 채권단은 태평양과 함께 이후 법정에서 벌어지게 될 ‘머리싸움’에 대비하고 있다. 황예랑 김수헌 기자 yrcomm@hani.co.kr
결국 이처럼 복잡하게 물고 물리는 소송전을 통해 현대건설 매각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은 법무법인 화우와 바른, 현대차는 김앤장, 채권단은 태평양과 함께 이후 법정에서 벌어지게 될 ‘머리싸움’에 대비하고 있다. 황예랑 김수헌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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