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입주업체 관계자들이 연평도 사격훈련을 앞둔 20일 오전 경기 파주시 통일대교 민통선 들머리에서 방북 금지 통보를 받자 전화를 하며 서성대고 있다. 파주/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개성공단 기업 반응
정부는 연평도 포 사격 훈련이 종료됨에 따라 20일 내렸던 개성공단 방북 금지 조처를 풀고 방북을 다시 허용하기로 했다. 통일부는 21일부터 물류와 식자재 등 운송 인력을 중심으로 개성공단 방북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고 20일 밤 밝혔다. 이에 따라 21일엔 466명이 방북하고 438명이 귀환해, 개성공단 체류 인원은 20일 209명에서 237명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하지만 연평도 포 사격 훈련이 실시된 20일,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들은 불안감과 긴장감 속에 하루를 보내야 했다. 공장의 기계는 평소처럼 돌아갔지만 북한 쪽 근로자들도 평소와 달리 깊은 침묵에 빠져 있다고 이들은 밝혔다. 개성공단에 체류중인 한 의류업체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북한 노동자도 남북간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음을 알고 불안해한다”며 “(신변의 위험 등은) 생각하고 있지만 서로 내색하지 않으려 한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이날 통일부가 개성공단으로 들어가기로 했던 남쪽 인원 614명의 방북을 불허하면서 입주기업 관계자들은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남측 인원이 1~2명만 남은 상태라 공장을 제대로 가동하기도 빠듯한데 원자재가 들어오지 않고 완제품이 제때 나가지 못하니까 갈수록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기업 대표들은 “개성공단은 남북 대화와 만남의 최후의 보루”라며 조속한 정상화를 한결같이 호소했다. 121개 입주기업이 가입한 개성공단기업책임자(대표자)회의 유동욱 회장(대화연료펌프 대표)은 “우리가 군사적으로 경제적으로 안보를 튼튼히 갖춰야 하지만, 그 안보 위에는 평화와 남북 상생을 위한 대화 채널을 열어놓는 온건함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성공단 임금은 중국의 3분의 1 수준이라 글로벌 강소기업이 탄생하고 북한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며 “정부가 강조하는 ‘상호이익’을 달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기섭 에스엔지 대표는 “비판해야 할 북한 지배계층과 북한 주민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며 “외국 바이어들이 개성공단이 언제 폐쇄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새로운 거래처를 물색하고 있어 경제적 손해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용만 녹색섬유 대표는 “군사적 정치적 충돌이 발생해도 남북한이 개성공단을 악용하지 않는다는 평화선언을 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평화와 협력의 상징이 되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정은주 손원제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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