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지면 본안소송”
승소해도 채권단이 변수
본계약 거부할 가능성 커
승소해도 채권단이 변수
본계약 거부할 가능성 커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회복할 수 있을지 여부가 곧 판가름난다. 법원은 24일 현대그룹이 낸 가처분신청 2차 심문을 진행한 뒤, 이르면 다음주 초 결정을 내릴 전망이다. 하지만 제2, 제3의 소송전이 벌어져 현대건설 매각이 장기표류할 가능성도 높다.
일단 ‘양해각서 해지 무효’ 가처분 사건은 속전속결로 진행될 예정이다.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재판장 최성준)는 1차 심문기일인 지난 22일 “채권단이 다음주 현대차와 매각협상을 진행하게 되면 판결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며, 서둘러 결정을 내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법원 판결에 따라, 현대건설 인수전 향방은 크게 두 갈래길로 갈라진다. 만약 현대그룹이 패소하면, 채권단은 부담 없이 현대차와 매각절차를 진행할 동력을 얻게 된다. 물론 현대그룹이 법원 결정에 불복해 이의신청을 하고 본안소송을 낼 수도 있지만, 1심 판결은 채권단이 현대건설을 현대차에 매각한 뒤에나 나올 공산이 크다. 문제는 판결 결과가 뒤집힐 경우로, 이렇게 되면 현대차에 현대건설을 매각한 것 자체가 무효가 돼버린다.
현대그룹이 승소하는 경우엔, 상황이 다소 복잡해진다. 일단 현대그룹은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회복하게 되는데, 그렇다고 현대건설을 완전히 품에 안는 건 아니다. 채권단이 정밀실사와 최종가격협상 등 정해진 매각절차를 모두 밟은 뒤에 다시 주주협의회를 열어 현대그룹과의 주식매매계약(SPA)을 거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현대그룹이 다시 소송을 내어 대법원 최종판결을 받기까지 길게는 2~3년이 걸릴 수도 있다. 반면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기업 인수·합병(M&A) 관련 분쟁은 대부분 가처분 단계에서 승부가 갈린다”며 “양쪽이 본안소송을 내지 않으면 몇년씩 법적 분쟁이 벌어지지도 않게 된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꼬일 대로 꼬여버린 매각을 아예 무효로 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현대차의 현대건설 인수를 반대해온 전국금속노동조합은 23일 보도자료를 내어 “진흙탕 싸움을 벌인 현대그룹과 현대차의 입찰 자격을 박탈하고, 현대건설 매각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현대건설 퇴직 임직원 모임인 현대건우회는 이날 성명을 내어 “채권단은 현대차와 조속히 매각절차를 진행해 현대건설이 더 이상 주인 없는 기업으로 방황하지 않게 해달라”고 주장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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