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핵안전연대,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24일 오전 경북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 방사성폐기물처리장 앞에서 지하시설 완공 전에 지상 인수저장시설에 방사성 폐기물을 반입하는 것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경주/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지하저장고 완공 안돼 지상시설에
환경단체·시의원 등 저지 시위도
환경단체·시의원 등 저지 시위도
정부가 경주 방사성폐기물처리장(방폐장)에 방폐물을 처음으로 반입하고 실제 운영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환경단체와 경주시의회 의원 등이 방폐물 운반 차량 진입을 저지하고 나서는 등 난항을 겪었다.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은 24일 울진 원자력발전소에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1000드럼을 인수해와 경주 방폐장 지상 인수저장시설로 옮기는 작업에 착수했다. 원전 작업복과 수리 부품 등 중저준위 폐기물 1차 운반분은 전날까지 전용 선박을 통해 방폐장 인근에 있는 경주 월성 원자력발전소 물량장(부두)으로 옮겨졌으며, 이날 오전 9시30분께 첫 하역 작업이 이뤄졌다.
비슷한 시각, 경주시의회 의원들과 환경운동단체 활동가 등 50여명은 방폐물 인수저장시설 들머리에서 방폐물 반입 반대 시위를 진행했다. 김익중 경주환경운동연합 대표는 “지하 저장고에 하루 수천톤의 지하수가 흘러 방폐장 안전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게 확인됐다”며 “지상 인수저장시설은 방폐물을 인수해 검사하는 시설이지 저장하는 시설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종근 경주시의원도 “방폐장 안전성 논란이 있고, 경주시민의 허락 없이 방폐물을 반입시킬 수는 없다”며 “정부는 국책사업 유치 등 지원 약속부터 지키라”고 주장했다.
이들의 시위로 방폐물 반입은 2시간 남짓 지연됐고, 낮 12시께 경찰력이 투입되면서 방폐물 운반 차량은 인수저장시설로 진입할 수 있었다. 민계홍 방폐공단 이사장은 기자들과 만나 “방폐장 안전성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환경단체 쪽에서는) 공기 지연을 문제 삼고 나오는데, 애초 목표가 지반 조사에 기반한 게 아니라 울진 원전의 방폐물 포화 시점에 맞춘 것이었다”며 “월성 원전과 울진 원전의 임시저장고는 여기보다 더 열악해 인수저장고에서 보관하는 게 안전성에서 훨씬 낫다”고 강조했다. 이전된 방폐물은 지상 인수시설에 보관되다가 지하 처분시설이 완공될 2012년 말께 10㎝ 두께의 콘크리트 처분 용기에 담겨 지하 처분고(사일로)에 최종 봉인된다.
방폐공단은 이날 방폐물 반입과 동시에 특별지원금 3000억원 가운데 지급되지 않았던 1500억원이 경주시 특별회계로 이체되고, 드럼당 63만7500원의 반입 수수료가 지급된다고 설명했다. 반입수수료의 75%는 경주시에 귀속되고, 25%는 공단이 지역발전사업비로 사용한다.
하지만 이런 ‘당근’은 또다른 다툼의 시작이다. 이날 방폐장이 들어서는 양북면 주민 일부는 방폐물 반입 반대 경주시의원들을 상대로 “왜 실제 방폐장이 들어서는 이 동네 개발에는 신경을 쓰지 않느냐”며 항의했다. 또 인근 해역에서 고기잡이를 하는 어부들은 방폐물 운송선 운항(1년 9회)에 따른 손해 배상을 요구해, 지난주 방폐공단이 피해 상황에 관한 용역 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배상을 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집회 현장에서는 환경단체 활동가가 “이명박 독재”를 언급하자, 시의원 일부가 이에 반발해 멱살잡이에 나서기도 했다. 방폐공단 관계자는 “경주시장이 시의회 의견도 묻지 않고 방폐물 반입 허가를 내줘, 시의원들이 이에 분개해 시위에 나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경주/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울진 원전의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1000드럼이 이날 오전 방폐장인 월성원자력환경관리센터 인수저장시설로 옮겨지고 있다. 이번에 반입된 방폐물은 공사중인 지하 저장고가 2012년 완공되면 옮겨질 예정이다. 경주/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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