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경영권 방어에 도움
‘범현대가’의 현대상선 유상증자 불참이 복잡하게 얽힌 현대건설 인수전을 푸는 실마리가 될 수 있을까?
지난 24일 현대상선의 유상증자 청약 마감 결과, 현대중공업그룹과 케이씨씨(KCC), 현대건설 등은 참여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들 구주주가 실권한 주식을 가져오면 현대그룹 우호주주들의 현대상선 지분율은 현재 42.57%에서 45%대로 높아지게 된다. 반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중심의 그룹 지배구조를 위협할 수도 있는 범현대가 쪽의 지분율은 33%대에서 31%대로 낮아진다. 현대건설이 보유한 지분율도 8.3%에서 7.7%가량으로 줄어든다.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현대자동차가 최종 승리하더라도, 현대그룹(45%)과 범현대가 쪽(38.7%)의 지분율 격차가 6%포인트로 늘어나는 셈이다. 현대상선은 앞서 지난 10월 현대건설 인수자금과 운영자금 확보 등을 위해 3264억원(총 1020만주)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었다.
범현대가의 유상 증자 불참을 두고, 일부에선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을 쉽게 포기할 수 있도록 범현대가가 ‘현대상선 경영권엔 관심 없다’는 신호를 보낸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달 초 현대상선 주식 일부를 장내매각해 지분율이 5.07%에서 4.29%로 낮아진 케이씨씨 관계자는 “폴리실리콘 사업 강화 등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서”라며 “현대건설 매각과는 무관하다”고 잘라 말했다.
현대건설 채권단은 현대그룹을 상대로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8.3%)을 범현대가가 아닌 곳에 넘기는 ‘중재안’을 받아들이는 대신 현대건설 인수를 포기하라고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대그룹 관계자는 26일 “경영권 안정에는 이번 유상증자가 도움이 된 게 사실”이라면서도 “채권단의 중재안은 아예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종선 현대그룹 전략기획본부 사장도 지난 22일 “채권단의 중재안은 위법한 방안”이라며 받아들일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바 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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