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무역흑자 사상최대 417억달러…열쇳말로 돌아보니
2010년 우리나라의 수출과 무역수지 잠정 집계액이 각각 4674억달러와 417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세계 7대 수출국으로 발돋움했으며, 내년엔 세계에서 9번째로 ‘무역 1조달러 클럽’에 가입할 전망이다. 사상 최고 수출실적 속 눈여겨볼 세 가지 흐름을 짚어봤다.
골고루 성장
반도체·자동차가 성장 이끌고 섬유·선박류 등도 10%대 늘어 통신 뒷걸음
뒤늦은 스마트폰 대응 여파로 무선통신기기만 수출액 줄어 앞길 안갯속
원자재값·환율 등 변수 수두룩 반도체·조선 업황도 불투명해 ■ 고르다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은 품목, 지역별로 두루 성장세를 보였다. 품목별로는 반도체(63.3%)를 비롯해 자동차부품(62.6%), 자동차(39.3%) 등이 성장세를 이끌었으며,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추세였던 섬유류(19.6%), 컴퓨터(13.3%), 선박류(10.2%) 등도 2009년에 비해 수출이 10% 이상 늘었다. 수출지역별로도 미국(32.7%), 일본(29.7%), 유럽연합(15.3%) 등 선진국(26.9%)과 함께 중국과 중남미 등 신흥국시장(30.0%)도 고르게 증가했다. 중국으로 수출은 35.2%나 늘어나며 중국이 우리나라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까지 올라갔다. 그 여파로 신흥국에 대한 수출 비중은 2008년 68.9%, 2009년 71.2%에서 지난해엔 71.8%에 이르렀다. 1980년대 후반 이후 세계 11~13위권에 머물던 우리나라의 수출이 이렇듯 질적, 양적으로 발돋움하게 된 계기는 공교롭게도 글로벌 경제위기였다. 지난해 1~10월 수출액을 경제위기가 닥치기 직전인 2008년 1~10월 실적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4.3%)는 중국(5.5%)과 함께 수출이 증가한 쪽에 속했지만, 미국(-4.9%)과 일본(-6.4%), 독일(-17.6%), 영국(-18.3) 등 주요 경제대국들은 감소세를 보였다. 결국 선진국들이 경제위기 수습에 급급해 수출 경쟁력이 약화된 사이에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약진한 셈이다. ■ 아프다 국내 휴대용단말기 제조업체들의 한발 늦은 ‘스마트폰 대응’은 무역수지에도 나쁜 영향을 끼쳤다. 지난해 13대 수출품목 가운데 유일하게 감소세를 기록한 품목이 무선통신기기다. 한때 3대 주력 수출상품이었던 무선통신기기는 2009년에 수출(309억9000만달러)이 13.2% 감소한 데 이어, 2010년에도 11.6% 더 떨어진 274억달러에 그쳤다. 반면 아이폰 제조를 맡고 있는 중국으로부터 무선통신기기 수입이 68.5%나 증가하며 단일 품목 수입 증가율 1위를 기록했다.
대일 무역수지 적자도 더 심화했다. 정보기술(IT) 분야의 주요 소재·부품에 대한 대일 의존도가 개선되지 않은데다 엔화강세의 영향도 만만치 않았다. 지난해 12월20일까지 대일 무역적자액은 348억8000만달러로, 2009년(276억6000만달러)에 견줘 30% 가까이 증가하며 또다시 사상 최대 적자 기록을 깼다. 기존 최대였던 2008년 327억달러에 비해서도 20억달러 이상 늘어난 수치다. ■ 흐리다 정부는 올해 수출액은 지난해 대비 9.8% 증가한 5130억달러, 수입액은 14.6% 증가한 4880억달러로 250억달러 규모의 무역흑자를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2010년의 실적을 고려하면 올해 수출 증가율 예상치는 무난한 편이다. 하지만 불안한 세계경기 회복세와 치솟는 원자재값, 환율 변동성의 심화 등이 악재로 작용할 변수가 많다. 당장에는 석유 등 에너지 가격이 심상치 않다. 우리나라가 주로 들여오는 두바이유는 지난해 12월 배럴당 90달러선을 돌파했는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는 이들도 올해 배럴당 80달러대는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환율 또한 불안한 남북 관계 등으로 인해 흐름에 대한 예측이 쉽지 않다. 지난해 수출 1, 2위 품목인 반도체(506억달러)와 조선(497억달러) 쪽 전망도 안갯속이다. 반도체의 경우 우리나라의 주력 상품인 디(D)램의 국제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조선업은 중국 등의 추격에 따른 출혈 수주경쟁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편 한국무역협회는 2일 ‘올해 우리나라 수출의 3대 키워드’로 ‘파이가 커지는 신흥개도국 내수시장 선점’, ‘상대적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제품 경쟁력 제고’, ‘채산성 악화에 따른 실속 없는 수출’로 제시했다. 무협 쪽은 “수출 증가세는 이어가더라도 수출채산성은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세계 7대 수출국으로 발돋움…한국 성적표 뜯어보니
■ ‘김인규, KBS사장 로비’ 증언 또 나와
■ 북 “대결상태 하루빨리 해소하자”
■ 정준호, 열애설의 주인공은 이하정 MBC 아나운서
■ 신규상장 주식부자 100억원 이상 46명
■ [한겨레 프리즘] 풍선효과와 자연산 / 박주희
■ 일 언론 “시상식 007 작전, 소녀시대 대단해!”
반도체·자동차가 성장 이끌고 섬유·선박류 등도 10%대 늘어 통신 뒷걸음
뒤늦은 스마트폰 대응 여파로 무선통신기기만 수출액 줄어 앞길 안갯속
원자재값·환율 등 변수 수두룩 반도체·조선 업황도 불투명해 ■ 고르다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은 품목, 지역별로 두루 성장세를 보였다. 품목별로는 반도체(63.3%)를 비롯해 자동차부품(62.6%), 자동차(39.3%) 등이 성장세를 이끌었으며,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추세였던 섬유류(19.6%), 컴퓨터(13.3%), 선박류(10.2%) 등도 2009년에 비해 수출이 10% 이상 늘었다. 수출지역별로도 미국(32.7%), 일본(29.7%), 유럽연합(15.3%) 등 선진국(26.9%)과 함께 중국과 중남미 등 신흥국시장(30.0%)도 고르게 증가했다. 중국으로 수출은 35.2%나 늘어나며 중국이 우리나라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까지 올라갔다. 그 여파로 신흥국에 대한 수출 비중은 2008년 68.9%, 2009년 71.2%에서 지난해엔 71.8%에 이르렀다. 1980년대 후반 이후 세계 11~13위권에 머물던 우리나라의 수출이 이렇듯 질적, 양적으로 발돋움하게 된 계기는 공교롭게도 글로벌 경제위기였다. 지난해 1~10월 수출액을 경제위기가 닥치기 직전인 2008년 1~10월 실적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4.3%)는 중국(5.5%)과 함께 수출이 증가한 쪽에 속했지만, 미국(-4.9%)과 일본(-6.4%), 독일(-17.6%), 영국(-18.3) 등 주요 경제대국들은 감소세를 보였다. 결국 선진국들이 경제위기 수습에 급급해 수출 경쟁력이 약화된 사이에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약진한 셈이다. ■ 아프다 국내 휴대용단말기 제조업체들의 한발 늦은 ‘스마트폰 대응’은 무역수지에도 나쁜 영향을 끼쳤다. 지난해 13대 수출품목 가운데 유일하게 감소세를 기록한 품목이 무선통신기기다. 한때 3대 주력 수출상품이었던 무선통신기기는 2009년에 수출(309억9000만달러)이 13.2% 감소한 데 이어, 2010년에도 11.6% 더 떨어진 274억달러에 그쳤다. 반면 아이폰 제조를 맡고 있는 중국으로부터 무선통신기기 수입이 68.5%나 증가하며 단일 품목 수입 증가율 1위를 기록했다.
대일 무역수지 적자도 더 심화했다. 정보기술(IT) 분야의 주요 소재·부품에 대한 대일 의존도가 개선되지 않은데다 엔화강세의 영향도 만만치 않았다. 지난해 12월20일까지 대일 무역적자액은 348억8000만달러로, 2009년(276억6000만달러)에 견줘 30% 가까이 증가하며 또다시 사상 최대 적자 기록을 깼다. 기존 최대였던 2008년 327억달러에 비해서도 20억달러 이상 늘어난 수치다. ■ 흐리다 정부는 올해 수출액은 지난해 대비 9.8% 증가한 5130억달러, 수입액은 14.6% 증가한 4880억달러로 250억달러 규모의 무역흑자를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2010년의 실적을 고려하면 올해 수출 증가율 예상치는 무난한 편이다. 하지만 불안한 세계경기 회복세와 치솟는 원자재값, 환율 변동성의 심화 등이 악재로 작용할 변수가 많다. 당장에는 석유 등 에너지 가격이 심상치 않다. 우리나라가 주로 들여오는 두바이유는 지난해 12월 배럴당 90달러선을 돌파했는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는 이들도 올해 배럴당 80달러대는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환율 또한 불안한 남북 관계 등으로 인해 흐름에 대한 예측이 쉽지 않다. 지난해 수출 1, 2위 품목인 반도체(506억달러)와 조선(497억달러) 쪽 전망도 안갯속이다. 반도체의 경우 우리나라의 주력 상품인 디(D)램의 국제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조선업은 중국 등의 추격에 따른 출혈 수주경쟁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편 한국무역협회는 2일 ‘올해 우리나라 수출의 3대 키워드’로 ‘파이가 커지는 신흥개도국 내수시장 선점’, ‘상대적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제품 경쟁력 제고’, ‘채산성 악화에 따른 실속 없는 수출’로 제시했다. 무협 쪽은 “수출 증가세는 이어가더라도 수출채산성은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세계 7대 수출국으로 발돋움…한국 성적표 뜯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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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언론 “시상식 007 작전, 소녀시대 대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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