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1월 초 전세공급 부족 정도
공급 달리는 지역 80%…“부족현상 계속될것”
전세가율 57%…예정된 정부대책도 약효 의문
전세가율 57%…예정된 정부대책도 약효 의문
겨울철 비수기임에도 1월 첫째 주 기준으로 서울 등 전국의 전세공급 부족 현상이 전세 수급동향 조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주택 매매시장은 침체한 반면 전셋값은 치솟으며 매맷값 대비 전셋값 비율(전세가율)이 2005~2006년의 집값 폭등기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11일 국민은행의 주택가격동향 조사결과를 보면, 지난 3일 조사된 ‘전세물량 부족 정도’는 80.7%로 이 조사가 시작된 2004년 이래 1월 기준으로 가장 심각하다. 전세물량 부족 정도는, 전국 부동산중개업소 1만653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으로 전세수요가 전세공급 물량을 초과한다고 응답한 비율을 말한다. 지수가 높을수록 공급이 부족하다는 것을 뜻한다. 이 조사에서 ‘공급이 많다’는 응답은 2.4%에 불과했고, ‘공급과 수요가 비슷하다’는 응답이 16.9%였다.
1월 첫째 주를 기준으로 보면, 전세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비율은 2004년 39.3%에서 2005년 27.7%, 2006년 55.5%, 2007년 61.7%, 2008년 51.0%, 2009년 36.3%였다. 전세난이 심각했던 지난해 1월에도 이 비율은 73.8%였다. 서울의 전세물량 부족 정도는 74.5%로, 2009년의 10.5%는 물론 지난해의 61.6%에 비해서도 크게 높은 수준을 보였다. 한 부동산중소개업소 관계자는 “보통 1월은 이사 수요가 거의 없어 전세시장도 안정상태를 보이면서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지만 최근에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강남·양천구에서 시작된 전세난이 서울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고 경기 남부지역까지 번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매맷값 대비 전셋값 비율을 나타내는 전세가율도 지난해 12월 전국 평균 57.1%를 기록해 2006년 3월 57.2% 이후 최고치다. 전세가율 57.1%는 아파트값이 10억원일 때 전셋값은 5억7100만원이란 뜻이다. 수치가 높을수록 매맷값과 전셋값의 가격 차이가 적어져 일정 수준에 이르면 집을 사는 게 낫다는 심리가 작용할 수 있다.
12월 말 기준 전세가율은 1998년 50.8%였으나 2000년 65.7%, 2001년 68.9% 등으로 치솟으며 아파트값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 뒤 아파트 매맷값이 오르며 2005년 57.1%, 2008년 52.4% 등으로 하향 곡선을 그렸다. 그러다 2009년 3월(52.4%)부터 상승세로 돌아서 다시 2006년 수준을 회복한 것이다. 서울의 전세가율도 2008~2009년에는 40%대를 밑돌았지만 지난해 12월에는 2006년 11월(45.4%) 이후 가장 높은 44.4%를 기록했다.
정부는 13일 도시형 생활주택과 임대주택공급 확대, 재건축·재개발 시기 조정, 전세자금 지원 확대, 주택임대사업 감세 등을 포함한 전세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하지만 이들 대책이 대부분 과거에 언급된 사안인데다 실제 수급불균형을 해소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려 당장 전세난을 진정시키기엔 역부족이란 게 시장의 반응이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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