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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다시 일어서는 벤처…“실패 대비책은 필수죠”

등록 2011-01-13 08:56

국내벤처기업 수 추이(※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패자부활제 수혜자 3인의 ‘뼈저린 교훈’
실패는 자만심이 부른다
성취감 취하면 조직 흔들
기술은 창업 조건에 불과
경영력 없으면 망할 수도
“제2의 벤처 전성기가 도래했다.”

지난 11일 열린 ‘벤처업계 신년하례회’에서 도용환 한국벤처캐피털협회 회장이 던진 얘기다. 수치상으로, 국내 벤처업계는 화려한 봄날을 맞고 있다. 지난 10일 현재 국내 벤처기업 수는 2만4681개. 벤처붐이 뜨거웠던 2001년(만1392개)에 견줘 2배를 웃돈다.

하지만 빛이 밝으면 그림자도 짙은 법. 벤처기업 10곳 중 3곳은 폐업하는 게 냉혹한 현실이다. 그럼 실패 뒤 다시 일어설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쓰라린 실패를 맛본 뒤 힘겨운 부활의 날갯짓을 펼치고 있는 벤처기업인 3명을 통해 국내 벤처업계의 오늘을 살펴봤다. 벤처기업협회 ‘벤처기업경영재기추진제’(패자부활제) 수혜자로 지난 2007년 선정된 교육용 콘텐츠 개발업체인 와우엠지 설융석(40) 대표와 전동기발전기 제조업체인 나노모션테크놀로지 김상조(42) 대표, 지난해 선정된 물류정보시스템 개발·컨설팅업체인 포디엄시스템 김정호(47) 대표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벤처기업협회 ‘벤처기업경영재기추진제’(패자부활제) 수혜자로 선정된 김상조 나노모션테크놀로지 대표(왼쪽)와 설융석 와우엠지 대표(가운데), 김정호 포디엄시스템 대표.
벤처기업협회 ‘벤처기업경영재기추진제’(패자부활제) 수혜자로 선정된 김상조 나노모션테크놀로지 대표(왼쪽)와 설융석 와우엠지 대표(가운데), 김정호 포디엄시스템 대표.

■ 실패의 씨앗, 자만심 실패의 순간은 늘 자만심을 디딤돌 삼아 찾아든다. 1998년 서울산업대 대학원에 다니다 스물아홉의 나이에 반도체 검사장비 업체를 창업한 김상조씨도 예외는 아니다. 창업 3년째이던 2000년에 이미 100억원대 매출을 올린 김 대표는 “우월감에 빠져 눈에 보이는 게 없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영수증 하나하나를 챙기며 가계부를 적던 초심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납품 회사의 기업정보나 회사 재무상태를 꼼꼼히 챙기지도 않은 채 회사 덩치를 키우는 데만 여념이 없었다. 자연스레 직원들은 나이 어린 사장을 따돌린 채 횡령을 일삼았고 부도날 회사만 골라 납품하거나 기술을 빼내 새 회사를 차렸다. 어느덧 남는 건 신용불량자 신세로 여관을 전전하는 자신의 모습뿐이었다.

한양대 박사과정 때 물류정보업체를 창업했다가 6년 만인 2004년에 실패를 맛본 김정호 대표도 맞장구쳤다. 김 대표는 “기술은 창업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기에 경영자로서 준비되지 않았으면 망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 실패를 인정하는 용기 갖춰야 세 사람은 실패 뒤 다시 일어서느냐 마느냐를 가르는 건 ‘망하는 방법’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들이 보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적절한 시기에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는 용기다. 김정호 대표는 단호했다. “무너지지 않으려고 마지막 순간까지 모든 것을 다 털어넣고 온갖 인간관계까지 망가뜨리면 안 된다. 적당한 타이밍에 정리 수순을 밟아야 다시 일어날 기회를 얻는다.”

채권자를 두려워하지 말고 차분하게 협상을 벌이는 일도 중요하다. 김상조 대표는 부도가 난 뒤에도 어렵사리 채권자를 설득해 7억원에 경매 낙찰됐던 건물의 압류를 풀어낸 경우다. 그 결과 건물값(20억원)을 제대로 받아 빚의 상당부분을 청산할 수 있었다. 특히 자포자기 심정으로 회사 자료를 없애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훗날 반박자료로 쓰일 여지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폐업신고가 늦었다는 이유로 세무당국에서 3억원의 세금을 부과받은 김 대표는 꼼꼼하게 챙겨둔 자료 덕분에 소송에서 이겨 비로소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 패자부활전 북돋워야 실패 뒤 다시 일어서는 일은 처음 시작할 때보다 몇 십배는 힘겹다. ‘신용불량자’라는 꼬리표 탓에 정부 지원 사업을 수주할 수도 없고 금융기관 대출을 받기도 어렵다. 대기업 프로젝트를 따내더라도 하자·보수 이행 보증서 등이 제때 발급되지 않아 곤란을 겪기 일쑤다.

현실에선 패자부활전에 나서는 것조차 ‘하늘의 별 따기’이다. 벤처기업협회의 패자부활제 수혜자로 선정돼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채무감면과 신용회복을 받기 위해선 수십종의 서류를 작성하고 벤처재기추진위원회의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야 한다. 2005년 5월 이 제도가 도입된 이래 수혜자는 이들 3명뿐이다.

이와 관련해 벤처기업협회는 올해부터 패자부활제도를 개선해 수혜자를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패자부활제 1호 기업인’인 설융석 대표는 “엄정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지나치면 실패한 벤처기업인의 잠재력을 놓칠 수 있다”며 “정부가 대기업이 넘보지 않는 200억~300억원 시장을 많이 형성해 패자부활한 벤처인이 건전한 벤처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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