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 점유율 극히 미미
수익률 높고 홍보효과도 커
코트라 설명회에 업체 북적
수익률 높고 홍보효과도 커
코트라 설명회에 업체 북적
지난 7일 코트라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연 ‘국외공공조달 포럼’ 행사장. 설명회 시작 1시간 전부터 참가자가 몰려들더니, 주최 쪽이 마련한 좌석 120개가 순식간에 채워졌다. 설명회 자료집도 일찌감치 동났고, 추가로 마련된 좌석 60개마저 모자라 일부 참가자는 2시간30분 동안 서서 행사를 지켜봐야 했다.
■ 국내업체, ‘신흥시장 진출’ 속속 성과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등 국제기구 조달시장이 또 하나의 ‘신흥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009년 기준으로 유엔 산하기관 80여곳과 국제개발은행 5곳이 발주하는 국제 조달시장 규모는 각각 138억달러와 276억달러에 이른다.
하지만 아직 국내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은 미미한 편이다. 2009년 기준으로 국내 기업이 이들 국제 조달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0.34%(4620만달러)와 2.96%(8억2000만달러)에 그쳤다. 특히 유엔 산하기관 조달시장 점유율은 우리나라의 유엔분담금 비율(2.7%)에도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들어 국제 조달시장에서 성과를 거두는 국내 기업들이 하나둘씩 늘고 있다. 선두 주자는 현대기아차그룹이다. 지난 14일 기아자동차는 국제적십자사(ICRC)와 스포티지 30대를 공급하는 100만달러 규모의 조달 계약을 체결했다. 앞으로 국제적십자사는 부품조달과 교육훈련이 원활하게 이뤄질 경우 5년간 해마다 차량 600대를 교체할 때마다 기아차를 우선 고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윤태 코트라 취리히 코리아비즈니스센터장은 “한국차 납품 성공을 계기로 적십자사가 한국산 발전기 구매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조달품목이 다양해 중소기업의 참여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지난해 6월엔 현대자동차가 유엔조달국이 발주한 1500만달러 규모의 중형버스(23~30인승) 420대를 5년간 납품하는 계약을 따냈다. 이 버스는 세계 17개국에서 활동하는 유엔 평화유지군이 사용하게 된다. 특히 현대차가 거둔 성과는 도요타, 닛산 등 일본 자동차업체가 독점해온 유엔 조달시장에 국내업체가 처음으로 발을 내디뎠다는 데 의미가 있다. 김문영 코트라 해외진출컨설팅팀장은 “유엔 평화유지군의 활동이 세계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현대차 로고가 드러나 막대한 홍보효과를 얻는데다 일본 자동차의 유엔 독점을 깼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 장기적 안목에서 접근해야 이처럼 국제기구 조달시장에 국내기업들이 눈을 돌리게 된 계기는 2009년 5월 코트라가 미국 뉴욕에 유엔조달시장진출지원센터를 개설하면서부터다. 유엔 벤더(판매상)로 등록한 국내기업은 2년새 32개에서 61개로 2배 가까이 늘어난 상태다.
중소기업의 성공스토리도 속속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엘이디 전구 제조업체인 화우테크놀러지가 세계은행 조달시장에 진출한 것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 4월 코트라로부터 세계은행 조달 정보를 얻은 뒤 국제 엘이디 전구 전시에 참여한 화우테크놀러지는 세계은행과 납품가격 협의를 거친 끝에 모두 10만달러에 이르는 조명을 세계은행 주차장에 시범으로 납품하는 데 성공했다. 이어 그해 6월에는 미국 국회도서관에 20만달러 규모의 조명을 납품했고, 현재 연방정부 건물인 로널드 레이건 빌딩과도 주차장 조명 설치를 논의하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국제 조달시장 진출을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진입장벽이 높은 탓에 중도에 포기하는 기업도 속출한다. 국제기구 벤더로 등록해 조달 상품을 수주받을 때까지는 평균 2~3년이 걸리는데다, 10만달러 이하의 조달 계약이 48%나 되기 때문에 성과 또한 불확실한 편이다.
김형욱 코트라 정부조달팀장은 “장기적 관점에서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계약기간이 통상 5년이지만 재수요 확률이 높으므로 길게 보고 도전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코트라는 올해 중 유엔 조달시장에 진출할 선도기업 100곳을 선정하고, 국제개발은행 조달설명회(6월)와 유엔 조달시장 설명·상담회(9월)를 잇따라 여는 등 적극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김형욱 코트라 정부조달팀장은 “장기적 관점에서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계약기간이 통상 5년이지만 재수요 확률이 높으므로 길게 보고 도전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코트라는 올해 중 유엔 조달시장에 진출할 선도기업 100곳을 선정하고, 국제개발은행 조달설명회(6월)와 유엔 조달시장 설명·상담회(9월)를 잇따라 여는 등 적극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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