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이집트 교역 현황
현지직원·주재원들 대피
시위 장기화땐 여파 클듯
시위 장기화땐 여파 클듯
국내기업 피해는
이집트에서 반정부 시위가 확산되면서 이집트 수출전선에 빨간불이 켜지는 등 국내 기업들에 미치는 파장도 커지고 있다. 관공서가 문을 닫는 바람에 수출입 통관이 제때 이뤄지지 않고, 현지 진출한 업체들은 공장 가동을 멈추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집트는 중동권에서 아랍에미리트(UAE)와 이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우리나라의 네번째 수출시장이다. 31일 코트라 자료를 보면, 지난해에만 국내 업체 1650곳이 자동차부품, 선박, 합성수지 등 22억4000만달러(약 2조5000억원)어치를 이집트에 수출했다. 지난해 직접투자액은 1억5000만달러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통관 절차가 전면 중단된 상태다. 지난 25일부터는 인터넷을 통한 통신수단까지 차단돼 바이어와 연락이 끊긴 상태다. 종업원 400명이 일하던 생산공장의 가동을 중단한 엘지(LG)전자는 “이집트 정부가 인터넷을 다 막아 현지와 연락이 됐다 안 됐다 한다”고 밝혔다. 공장은 수도 카이로에서 북동쪽으로 150㎞ 떨어져 있어 아직 피해는 없지만, 약탈에 대비해 이라크 군대와 현지 직원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고 엘지전자는 전했다. 엘지전자는 이 공장에서 브라운관 티브이와 평판패널을 생산해 중동·아프리카 지역에 공급해왔다. 따라서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면 전체 중동지역에서 기업활동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현지에 생활가전과 휴대전화 판매지점을 두고 있는데, 신변안전 문제로 주재원은 집에서 일하고 가족은 철수를 시작해 지점 기능이 사실상 마비됐다. 현재 이집트에 진출한 국내 기업은 법인 3곳, 연락사무소 16곳, 동포 직접투자 12곳 등 모두 36곳이다.
건설사들의 건설·플랜트 사업도 차질을 빚고 있다. 21억달러 규모의 정유시설 건설공사를 수주한 지에스(GS)건설은 직원 10여명을 급히 귀국시키기로 했다. 다만 착공이 내년으로 예정돼, 이번 시위로 당장 공사 일정이 늦춰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카이로지사 주재원을 곧 철수시키고 현지 직원만 남겨두기로 했다. 현대자동차는 카이로에 있는 아프리카지역본부를 이미 임시 폐쇄하고 주재원들을 중동지역 본부가 있는 두바이로 이동시켰다.
동포가 운영하는 현지 제조업체도 위기를 맞았다. 폴리에스터 직물 제조업체인 ‘마이다스’는 현지 종업원의 30% 이상이 출근하지 않는 상황이라 공장 가동 중단을 검토중이다. 코트라는 이집트와 거래해온 국내 중소기업들에 “우선 바이어들과 연락망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사태가 지속될 경우 대체 시장을 발굴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은주 최종훈 김경락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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