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한국과 맺을 FTA ‘세이프가드’ 내용 보니
산업전체 아닌 동급배기량 기준만으로도 피해조사
관세환급 지나친 제한도…“애초 합의에 없는 내용”
산업전체 아닌 동급배기량 기준만으로도 피해조사
관세환급 지나친 제한도…“애초 합의에 없는 내용”
유럽의회 국제통상위원회가 7일(현지시각)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을 통과시켰다. 협정 발효의 선결조건인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처) 법안에는 우리나라에 불리한 내용이 추가로 들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앞서 유럽의회가 세이프가드 발동을 위한 피해조사를 신청할 수 있고, 세계무역기구(WTO)가 인정한 조사 절차보다 훨씬 강화된 상시 감독체제를 유럽연합 쪽이 도입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
지난달 26일 유럽의회 국제통상위를 통과해 오는 17일 본회의 최종 표결을 앞둔 세이프가드 법안을 <한겨레>가 입수해보니, 유럽연합 쪽은 애초 협정문에 없는 ‘자동차 산업 보호장벽’도 만들었다. 우선 자동차를 민감품목으로 분류해 산업과 제품 개념으로 쪼개고 세이프가드를 개별 적용할 수 있게 했다. 예를 들면 배기량 2000㏄급의 한국산 자동차 수입이 늘어 2000㏄급 유럽산 자동차가 덜 팔릴 경우, 전체 자동차 산업을 기준으로 삼아 조사하면 피해 규모가 크지 않아 세이프가드 발동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그러나 2000㏄급 배기량으로 제한해 두 나라의 자동차 판매량을 개별 비교하면 발동 요건이 더 쉽게 인정되고 한국산 자동차의 수출길을 봉쇄할 수 있다.
또 한국 자동차 업체가 제3국에서 수입한 부품을 넣은 완성차를 수출할 때 관세를 되돌려받는 관세환급을 크게 제한했다. 한-유럽연합 에프티에이 협정문에는 두 나라가 관세환급을 인정하되 협정 발효 5년 뒤부터는 제3국의 원자재(부품) 사용 비중이 높아지는 ‘중대한 변화’가 발견될 때만 환급액을 5%로 제한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유럽연합 쪽은 ‘중대한 변화’를 일방적으로 ‘10% 이상’이라고 규정했다. 한국산 자동차에 들어가는 중국산 라디오의 한국 수입량이, 한국산 자동차의 유럽 수출 증가율보다 10% 이상 많으면, 관세환급을 제한해 유럽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통상법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세이프가드 법안에는 협정문에서 애초 합의하지 않은 내용이 다수 포함돼 우리 쪽의 이익이 크게 훼손됐다”며 “한-유럽연합 에프티에이를 비준할지 신중하게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럽의회 국제통상위가 이날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 동의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유럽의회는 오는 17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리는 정례 본회의에서 협정 동의안과 양자 세이프가드 이행법안을 상정해 표결 처리할 예정이다. 우리 정부와 여당은 올 상반기 비준 동의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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