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 대책 ‘허당’
그나마 수도권 미분양 85㎡이하는 1455채뿐
세입자 대책 아니라 건설사 경영난 지원책
그나마 수도권 미분양 85㎡이하는 1455채뿐
세입자 대책 아니라 건설사 경영난 지원책
정부가 11일 발표한 ‘전월세시장 안정 보완 대책’은 임대주택 공급이 늘어날 수 있도록 건설사와 개인투자자 등 민간이 임대사업에 적극 뛰어들 수 있도록 유도하는 내용이 뼈대다. 여기에 무주택 세입자에 대한 전세자금 대출한도를 늘리고 금리를 낮추는 지원책이 더해졌다.
하지만 이번 대책에서 최근 전셋값 상승으로 아우성치고 있는 세입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근본적으로 완화해주는 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오히려 여윳돈이 있는 사람한테는 ‘이 기회에 집 많이 사라’, 서민 세입자에게는 ‘빚내서 전셋값 올려줘라’는 신호를 확실하게 보냈다는 평가가 많다.
이번 대책에서 민간 주택임대사업자의 요건을 대폭 완화한 것은 주택시장 부양책에 가깝다. 특히 수도권에서 미분양 아파트 3채 이상을 구입해 전월세를 놓는 사람들에게 양도소득세 중과세 배제와 종합부동산세 면제 등 세제 혜택을 부여하기로 한 것은, 집부자에 대한 감세와 함께 미분양에 시달리는 건설업체 지원을 꾀한 의도가 엿보인다. 대상 주택 규모를 종전 전용면적 85㎡(32~33평형) 이하에서 149㎡(55~57평형)까지 늘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이번 대책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경영난으로 공공임대주택 건설을 도맡기에는 역부족인 현실을 고려해, 보완적으로 민간 시장에서 임대물량을 늘리겠다는 뜻에서 나온 ‘고육책’인 측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정부 의도대로 미분양 주택이 임대용으로 팔린다 해도 실제 전세난 완화 효과는 미미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쌓여 있는 미분양 주택은 세입자들이 잘 찾지 않는 곳에서, 그것도 중대형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2월 말 현재 수도권의 미분양 주택 2만9412가구 가운데 85㎡ 초과는 2만403가구(69.3%)를 차지한다. 특히 임대사업자들이 즉시 매입할 수 있는 수도권의 준공후 미분양 주택은 8729가구인데, 이 중 83.3%인 7274가구가 85㎡ 초과 규모다. 따라서 정부의 임대사업자 세제 지원은 미분양 해소책은 될지언정 서민을 위한 전세공급 확대 대책으로는 한계를 갖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전셋값 상승에 따른 세입자 부담 완화를 위해 내놓은 전세자금 대출 지원 확대도 ‘언 발에 오줌 누기’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민·근로자 전세자금의 대출한도를 종전 60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높이고, 금리도 종전 4.5%에서 4.0%로 낮췄지만 이는 가뜩이나 가계빚이 많은 서민들에게 빚을 더 내라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서민가계가 한도액인 8000만원을 빌릴 경우 갚아야 할 연간 이자만 320만원에 이르고, 2년 만기를 1회 연장한다 해도 4년간 8000만원을 모으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게 현실이다. 더구나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대상자가 연소득 3000만원 이하인 무주택 가구주로 제한돼 있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정부가 뒤늦게나마 전세난의 심각성을 깨달은 것은 다행이지만 제대로 된 방향을 잡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어 “여전히 공공부문이 중심이 되어 전세주택을 공급하려는 의지가 부족하고 빚을 더 권해 전세난을 잠시나마 무마해 보려는 기존 인식이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내놓은 대책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정부 주도의 공공임대주택 대량 건설, 재건축 소형주택(60㎡ 이하)과 임대주택 의무비율 부활, 임차인 계약갱신청구권과 인상률 제한 도입을 뼈대로 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등을 촉구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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