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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1997년까진 정부 고시…시장개방뒤 정유사 손으로 정유사 책정값이 수입가 웃돌자 국제가격과 연계

등록 2011-02-13 18:11

[아하 그렇구나] 국내 기름값 ‘국제시세 연동제’
연일 계속되는 기름값 논란에 온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요점은 외국에 비해 값이 정말로 비싼지 여부겠죠. 그런데 이 와중에 적잖은 이들이 의문을 나타내는 대목이 있습니다. 국내 석유제품 가격이 왜 국제 석유제품 시세에 연동해 있느냐는 점입니다. 원가에다 최소한의 이윤만 붙여 팔면 될 텐데, 왜 외국 시세를 기준으로 삼아야 하느냐는 것이죠.

나름 타당한 지적인 것 같지만, 지금의 가격결정 구조도 나름의 역사와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까지 기름값을 정부가 정했습니다. 원가와 환율, 정제비용, 마진 등을 고려해 정부가 상한선을 고시하면 정유사들은 그 값대로만 받았죠. 그래서 이 시절 정유사 업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게 관청을 상대하는 대관업무였다고 합니다. ℓ당 몇원 차이가 정유사들엔 수십억~수백억원이 걸린 문제였으니 당연했겠죠.

이러던 것이 1997년 석유시장 개방과 함께 유가 자유화 조처가 이뤄지면서 정유사가 가격을 정하는 방식으로 바뀌게 됩니다. 하지만 아주 큰 변동은 없었습니다. 원가인 원유값이 공개돼 있고 정제비용도 대략 추산할 수 있는 판에, 무한정 높은 이윤을 붙여 팔 수는 없었겠죠.

2001~2002년엔 원유값이 아닌 국제 석유제품 가격에 연동하는 구조로 다시 한번 변합니다. 계기는 수입제품의 범람이었습니다. 당시 국제시장에서 석유제품 가격이 크게 떨어져 있었는데 이 물량이 우리나라로 물밀듯이 들어온 것입니다. 타이거오일 등 수입 메이커들은 지역에 따라서는 1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소비자들은 당연히 “왜 우리나라 정유사 제품이 더 비싸냐”고 빗발치듯 항의했고, 국회에서도 이 문제가 공론화됐습니다. 정유사들은 “그럼 손해를 보며 팔란 말이냐”며 불만스러워했지만 그렇다고 수입상들의 시장 잠식을 보고만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죠. 결국 국제 석유제품 가격에 기름값을 연동시키면서 수입제품에 견줘 가격 경쟁력을 되찾게 된 것이죠.

정유사들 입장에서 보자면, 원유값 기준이 고정 이율을 받는 식이라면, 국제 시세 기준은 마이너스까지도 가능한 변동형 금리인 셈입니다. 국제시장 시세에 따라 고정형보다 더 높은 이익을 얻을 수도 있고, 반대로 손해 보며 팔 수도 있는 것이죠. 실제 원유와 석유제품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2008년엔 정유사들도 사상 최고의 실적을 올렸지만, 석유제품의 시세가 좋지 못했던 2009년엔 정유 부문에서 적자를 내기도 했습니다.

결국 예측이 가능한 원유값 기준 체제에서 변동 폭이 큰 국제 시세 기준으로의 변화는 석유시장 개방이라는 현실과 따로 떼어 놓고 바라볼 수 없습니다. 열어뒀던 석유시장 문을 다시 닫을 수도 없을 텐데, 새로운 석유제품 가격 결정구조를 검토해보겠다는 정부 ‘석유가격 티에프(T/F)팀’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 궁금해집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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