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선원인 된 임시조처도 20분내 처리 관행때문”
지난 11일 고속철도 광명역 케이티엑스(KTX) 탈선사고 직전 수리를 하러 나간 코레일 직원이 사고의 직접원인이 된 엉터리 임시조처를 한 이유는 뭘까. 지방철도청의 한 신호제어사업소 관계자 ㄱ씨는 “해당 직원이 열차 운행이 없는 야간 시간대에 정밀 수리를 하려고 했다는 것은 불문율이 된 ‘운행시간대 장애 20분 이내 처리 관행’”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20분 이상 케이티엑스 열차가 연착하면 환불해줘야 하고 정시운행을 못 하거나 잦은 장애를 일으키면 경영평가에서 불이익을 받게 돼 임시조처가 현업에 만연돼 있다”고 말했다.
이번 탈선 사고를 계기로 코레일의 대폭적인 인력감축과 외주화 등 무리한 구조조정과 관리방식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전국철도노조와 코레일 직원들은 “코레일이 지난 수년간 경영실적 개선, 인력운영 효율화 명목으로 진행해 온 구조조정과 상업화 정책이 이번 사고의 근본 원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코레일은 2009년 4월 5115명의 인력을 감축했는데 이 가운데 차량부문 1203명을 비롯해 시설 989명, 전기 766명 등 현장 유지·보수 인력이 57.9%(2958명)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직원들의 업무하중이 적정수준을 넘어섰고 언제 구조조정 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 직원들의 얘기다.
ㄱ씨는 “전에는 신호제어사업소 근무인력이 소장을 포함해 16명이었고 14명이 맞교대해 1개반 근무인력이 7명이었지만, 지금은 3교대제로 바뀌며 현장근무자가 1개반 4명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전기기술단 ㄴ씨는 “케이티엑스 2단계 개통을 하면서 필요한 유지보수 인력은 신규충원하지 않고 기존 인력에서 빼내 1·2단계 구간이 모두 인력부족에 허덕이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가 제시한 자료를 보면, 정원 감축 이후 검수횟수가 대폭 줄었다. 이번에 사고가 난 신호설비는 2주에 1회 점검하던 것이 월 1회 점검으로 바뀌었고, 무선설비와 역무자동설비는 월 1회 점검에서 3개월에 1회로 축소됐다. 케이티엑스 차량 점검도 3500㎞ 운행 뒤 하던 것을 5000㎞로 바뀌었고, 선로도보 순회점검도 주 2회에서 주 1회로 줄었다.
외주화에 대해서는 말이 많다. 서울역에 근무하는 전기기술자 ㄷ씨는 “저임금의 외주업체 직원들은 책임감도 상대적으로 낮아 유지·보수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긴밀한 소통에도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1개 열차가 운행되기 위해서는 기관사를 비롯해 중앙통제실 및 관련 역, 선로, 전기분야 직원이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하는데 외주는 이를 저하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철도노조 백남희 선전국장은 “이번 사건을 개인의 문제로 몰고 가지 말고 철도 안전과 공공성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률, 대전/송인걸 전진식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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