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급차질 대응 시나리오
리비아 사태의 악화로 우리나라 석유수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리비아산 석유는 대부분 유럽으로 수출되지만, 불안심리가 확산하며 국제유가가 크게 뛴 데다 중동 국가들의 민주화 도미노 행진이 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식경제부는 2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중동사태 관련 긴급 관계장관회의에서 비축유 긴급 방출과 민간 비축의무 완화, 대체 원유수입국 모색 등을 담은 ‘석유수급 차질시 대응방안’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지경부는 리비아 사태가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석유 생산국으로 확산해 실제 원유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엔 정유사들의 비축의무 일수 축소(40일→30일)와 정유사 석유제품 수출의 단계적 축소 권고, 비축유 방출 등 단계별 조처를 시행해나가기로 했다. 또 원유 도입 차질 징후가 발견되는 즉시 업계의 원유 재고 및 도입 현황 일일점검에 나서고, 장기적으로는 러시아 등 대체수입처 확보를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리비아 사태가 실제 수급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날 오후 지경부 김정관 에너지자원실장 주관으로 에너지경제연구원과 석유공사 관계자, 정유 4사 원유도입 담당 임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2차 석유수급 비상회의’에서는 중동의 향후 정세와 관련해, 민주화 행진이 예멘 등 장기집권 공화정에는 위협 요소로 작용하겠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왕정국가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요 원유 생산국의 생산차질로 이어져 ‘3차 오일쇼크’가 올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사태가 단기에 진정되지 않으면 원유값은 배럴당 110~120달러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튀니지에서 시작된 민주화 시위가 이집트로 번질 때도, 또 리비아로 번져갈 때도 사태가 그렇게 전개되리라고 예측한 이는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석유수입이 끊길) 가능성은 작지만 정부로서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일단 중동의 향후 사태 추이를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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