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2월24일치 2면 보도
“국회와 정정 논의중” 밝혔지만
박주선 의원 “문제지적뒤 문의”
박주선 의원 “문제지적뒤 문의”
정부가 번역 오류가 있는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을 고치지 않고 국회의 비준 동의 절차를 강행할 방침을 밝혀 논란인 가운데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가 이번에는 거짓 해명을 하지 않았느냐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박주선 민주당 의원은 24일 “5000가지가 넘는 품목을 번역하다보니 오류가 나왔다고 정부가 해명했는데 이번 오류는 목록만 나열한 ‘양허표’가 아니라 협정문 본문에서 발생했고 여기에는 품목이 263개뿐”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 비준 동의안을 보면, 원산지로 인정받기 위한 역외산 재료 허용 비율이 완구류와 왁스류의 경우 영문본에는 50%라고 적혀 있지만, 한글본에는 각각 40%, 20%로 다르게 표기돼 있다.
통상법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가 이런 오류를 지적하자 통상교섭본부는 해명자료를 내어 “관련 시행규칙을 준비하다 (정부도) 오류를 발견해 한글본의 정정 방안을 현재 국회와 논의중”이라고 밝혔지만 이것도 거짓말이라고 박 의원은 주장했다. 박 의원은 “국회 의안과에 확인해보니 통상교섭본부에서 국회에 처음 비준 동의안 정정을 문의한 것은 송 변호사의 지적 이후였다”고 말했다.
통상교섭본부는 또 “오류가 있는 협정문(한글본을 포함해 23개 언어본)을 유럽의회에서 지난 17일 이미 승인했기에 한국만 오류를 고치면 두 나라 입법부가 서로 다른 협정문을 처리해 기술적 문제가 발생한다”며 기존 비준 동의안을 철회하지 않고 강행 처리할 의사를 분명히 했다. 지난해 10월 영문본과 한글본만 국회에 냈던 통상교섭본부는 오류 문제가 불거지자 지난 23일 뒤늦게 나머지 21개 언어본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다. 박 의원은 “통상교섭본부가 번역 오류의 무능에 이어 거짓말까지 일삼으며 국회의 비준 동의권, 입법권을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는 다음달 3일 전체회의를 열어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 비준 동의안을 상정하기로 합의했지만, 협정문에 오류가 발견되고 정정 방법을 놓고 여야의 의견이 엇갈려 난항이 예상된다.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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