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 속 사기 주의보
신분증 위조등 사기계약 빈번…위임장 믿다가 보증금 잃기도
계약땐 집주인에 확인 거치고 잔금전 등기부 꼼꼼히 살펴야
신분증 위조등 사기계약 빈번…위임장 믿다가 보증금 잃기도
계약땐 집주인에 확인 거치고 잔금전 등기부 꼼꼼히 살펴야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금 사기 사건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의 전세금 사기는 유례없는 전세난으로 마음이 급한 세입자들이 괜찮은 매물이 나왔을 때 서둘러 계약하느라 관련 사항 점검에 소홀하기 쉽다는 점을 교묘히 파고들었다는 게 특징이다.
전월세 수요자가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계약을 맺을 때 상대방과의 계약이 유효한지, 최악의 경우에도 보증금을 보호받을 수 있는 지 여부 등을 꼼꼼히 따지는 게 중요하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는 속담처럼 주의를 기울이면서 잘 모르는 사항에 대해선 주변 지인이나 시·군·구에 마련된 콜센터,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운용하는 전월세지원센터(1577-3399) 등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 집주인 본인 확인이 기본 최근 충남 일대에서 적발된 전세금 사기 사건은 사기꾼 일당이 가로챈 전세금액이 41억원, 피해 가구가 131가구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로 충격을 안겨줬다. 부부가 낀 3명의 피의자들은 2008년 11월부터 최근까지 충남 천안·아산, 충북 청주 지역의 66㎡ 안팎 아파트 131가구를 월세로 빌린 뒤, 집주인인 것처럼 행세해 다시 전세를 내주면서 보증금을 받아 가로챘다. 이들은 생활정보지에 시중보다 500만~1000만원 싼 값으로 전세를 준다고 광고하고, 중개수수료를 아끼려 직거래를 원하는 이들만을 골라 이런 수법을 썼다. 이들의 범행은 치밀했다. 주민등록증을 분실했다면서 월세로 빌린 아파트의 등기부등본과, 집주인 인적사항을 써넣고 자신들의 사진을 붙인 주민등록증 재발급 신청서를 내보이는 수법으로 집주인인 것처럼 행세해 세입자들을 감쪽같이 속였다. 세입자들이 일반적으로 주택 등기부등본과 주민등록증을 대조해 집주인이 맞는지 확인하는 관행의 허점을 교묘하게 이용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상대방이 스스로 작성한 ‘주민등록증 재발급 신청서’를 주민등록증처럼 여긴 게 세입자들의 치명적인 실수라고 지적한다. 주민등록증을 분실했다고 하면 여권이나 운전면허증 등으로 본인 여부를 확인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민센터가 발급하는 ‘주민등록증 재발급 확인서’와 제3자가 작성 가능한 민원서식인 재발급 신청서를 혼동한 것도 피해를 막지 못한 원인이다.
집주인으로부터 부동산 관리와 임대차 계약을 위임받았다며 위임장을 제시하는 중개업자나 건물 관리인이 세입자의 전세 보증금을 가로챈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이런 사기를 예방하려면 위임장이 있더라도 등기부상 집주인한테 연락해 계약 내용을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또 중개업자가 임대차 계약과 사후 관리 등을 위임받은 경우에는 신분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시·군·구청 중개 업무 담당 부서에서 중개업 등록번호, 공인중개사 자격증, 중개업자의 성명·주소·주민등록번호·전화번호 등을 확인할 수 있다.
■ 소액보증금 보호 범위 유의해야 전월세 계약 뒤 거주하는 동안 집주인의 파산 등 만일의 경우에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제도에 대해서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민법의 특례법인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정한 일정액 이하의 소액보증금은 해당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더라도 다른 채권에 앞서 우선적으로 변제받도록 보호된다. 지난해 7월 바뀐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 따라 서울시의 경우 임대차 보증금이 7500만원 이하일 때 2500만원까지는 우선적으로 돌려받으며, 그밖의 지역은 우선변제액이 1400만~2200만원 정도다. 이는 서울시에서 전세금이나 보증부 월세의 보증금이 2500만원 이하인 경우에는 집주인이 금융기관 대출을 받아 설정된 근저당권 등의 설정 날짜가 빠르더라도 세입자의 보증금 전액이 우선적으로 변제된다는 뜻이다. 다만 우선변제 금액은 담보물권이 설정된 날짜 기준에 따른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갑이라는 세입자가 전월세 계약을 맺은 것은 2011년 2월이지만 임차주택 등기부등본상 을의 근저당권이 설정된 날짜는 2008년이라면 법 개정 전 당시의 보증금 우선변제 금액 규정을 적용받는다는 것이다.
법이 정한 보증금 우선변제 기준을 초과하는 전월세 계약을 맺는 임차인이라면 반드시 확정일자를 받아두어야 한다. 주민센터에서 임대차계약서 확정일자 날인을 해두면 후순위로 설정되는 근저당 등 다른 물권에 앞서 전세보증금을 우선변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등기부등본상 먼저 설정된 근저당권 등이 있는 집인 경우에는 더 주의가 필요하다. 이런 때는 날짜순에 따라 확정일자를 받은 보증금이 후순위로 변제되지만, 보증금 전액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생긴다. 따라서 이미 설정된 근저당 등이 있는 집을 계약하는 수요자라면 설정된 근저당의 채권액(등기부에 채권최고액으로 표시)과 다른 세입자 보증금, 자신의 임차 보증금을 합친 금액이 집값의 70%(아파트는 80%) 정도 이하인 경우가 아니면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경매에 넘어가는 집은 전문 감정평가사가 평가한 집값의 70~80% 수준까지 낙찰가격이 떨어져 팔리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의 강은 팀장은 “다가구 주택은 경매에 넘어갈 경우 낙찰가격이 감정가의 60~70%까지 떨어진다고 가정하고 다른 세입자의 보증금과 선순위 근저당권 등을 합산해 본 뒤 계약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주택임대차 소액보증금 보호 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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