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번역 오류 고친 한-EU FTA 비준안도 오류

등록 2011-03-06 19:50수정 2011-03-07 08:25

추가 발견된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의 한글본-영어본 불일치 사례
추가 발견된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의 한글본-영어본 불일치 사례
국회 올라온 협정문, 한글-영문 불일치
서비스시장 역진방지 조항
구속력 덜하게 번역하고
건축사 자격 취득 관련
임의로 요건 추가하기도

원산지 산정 기준과 관련한 번역 오류가 지적돼 정부가 수정작업과 국무회의 심의의결 절차를 다시 밟아 국회에 제출한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에서 또 심각한 번역 오류가 확인됐다. 특히 이번에는 영문본·독문본 협정문에 포함하지 않은 내용을 임의로 한글본 협정문에 추가한 사례도 드러나, 정부가 국내 반대여론을 무마하려고 합의 내용을 왜곡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9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비준동의안을 통과시켜 본회의에 상정하려던 정부·여당의 비준동의 처리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유럽연합 협정문의 번역 오류를 처음 제기했던 송기호 변호사는 6일 “국내 건축사 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외국 건축사의 자격 요건이 협정문 한글본과 영문본·독문본이 전혀 다르다”고 지적했다. 서비스시장에 대한 우리나라의 양허(개방) 의무를 규정한 ‘부속서7-가-4’에서 건축설계서비스 분야 한글본을 보면, ‘외국 건축사 자격을 취득한 5년의 실무수습을 한 자는 간단한 시험만 합격함으로써 대한민국 건축사 자격 취득이 가능’한 것으로 돼 있다. 국내 건축사법(제14조)에서도 5년 이상 실무경력이 건축사 자격시험 응시 요건이다. 하지만 영문본에는 ‘5년 실무수습’이라는 요건이 전혀 없다. 영국은 건축사 자격을 줄 때 실무경력을 2년만 요구하기에, 협정문 영문본이 맞는다면 한국 건축사 자격증을 되레 외국 건축사가 따기 쉬워지는 역차별이 발생한다.

정부가 존재 자체를 부인했던 서비스시장의 래칫(역진방지) 조항도 영문본과 독문본에서는 확인됐다. ‘래칫’(ratchet)이란 톱니바퀴에서 한쪽 방향으로만 회전하고 반대방향으로 돌지 못하게 막는 장치를 뜻하는 것으로, 자유무역협정에선 한 나라가 협정 상대국한테 새로운 규제를 할 수 없도록 못박는 것을 말한다. 송 변호사는 “대한민국 금융서비스 분야 신용평가 서비스 개방과 관련한 조항을 한글본에서는 마치 우리 정부가 개방 조처한 뒤 다시 이를 철회할 재량이 있는 것처럼 ‘동의할 수 있음’이라고 번역했지만, 영문본에는 ‘동의’라는 용어가 아예 없고, 개방 조처 뒤에는 되돌릴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고 지적했다.

명백한 오류도 곳곳에서 다시 드러났다. 관세 인하 일정을 규정한 유럽 상품양허표에서 냉동과실의 한 품목이 ‘설탕 100분의 13 초과 포함’(With a sugar content exceeding 13%)인데 ‘설탕 100분의 13 이하 포함’으로 뒤바뀌었고, 대한민국 양허표에서 방카슈랑스 규정이 ‘단 2인의 직원’(Only two employees)인데 ‘2인 이하의 직원’으로 다르게 번역됐다. 유럽 쪽 양허표에서 나오는 시피시(CPC)는 유엔(UN)의 품목 분류 방식인데 ‘시피시 86219’가 ‘시피시 86291’로 여러 차례 잘못 옮겨졌다.

송 변호사는 “우리 헌법상 대외 조약은 국회 비준동의 절차를 거치면 곧바로 법률로서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협정문의 한글본과 영문본, 독문본에서 발견된 중대한 불일치를 바로잡지 않고 비준 절차를 밟으면 법 집행 과정에서 심각한 분쟁과 혼선을 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