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전 ‘실버타운 입주 약속’ 보험 없던 일로…가입자 반발
우정사업본부가 연금보험 가입자들에게 ‘노후생활의 집’ 입주를 약속하고도 25년이 넘도록 이행하지 않아 반발을 사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당시는 체신부)는 지난 1985년 5월1일 ‘행복한 노후보장 연금보험’을 출시하면서 계약자들에게 ‘장차 체신부가 건립하게 될 노후생활의 집에 입주할 수 있는 우선권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실제로 우정사업본부는 1986년 경기도 안성에 6만9792㎡ 크기의 노후생활의 집 터까지 확보했다. 우정사업본부는 또 이곳에 1988년부터 노후생활의 집을 지어 연금보험 계약자들을 입주시키고, 추가로 9곳을 더 마련하기로 했다. 이에 1992년 이 상품 판매가 중단될 때까지 계약자는 3만명을 넘었다.
하지만 우정사업본부는 아직까지도 노후생활의 집을 짓지 않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해 3월 계약 이행을 요구하는 연금보험 계약자들에게 우정사업본부장 이름으로 공문을 보내 “안성시의 도시개발계획에 따라 노후생활의 집을 짓기 위해 매입한 땅 대부분이 보전관리 지역과 근린공원으로 편입돼 건축이 불가능하고, 내부적으로도 보험사업의 재정상태가 부실해져 노후생활의 집 건립 추진이 보류됐다”며 “복지 혜택을 드리지 못하게 돼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연금보험 계약자들은 약속 위반이라며 금전적인 배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계약자 민지식씨는 “노후생활의 집에 입주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해 당시로서는 꽤 비싼 보험료를 내고 가입했다”며 “노후생활의 집 건립을 지연시켜 계약을 위반했으니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씨는 “현재 4000여명의 계약자가 피해를 보고 있다”며 “네이버에 카페를 마련해 피해자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정사업본부는 이들의 요구에 이렇다할 조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더군다나 우정사업본부는 한때 “노후생활의 집 입주는 약정이 아니라 홍보 문구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주장하다 계약자들이 가입 당시 문건을 제시하자, 뒤늦게서야 약정 사실을 인정하는 모습도 보였다.
금융감독원과 감사원 등도 개입을 꺼리기는 마찬가지다. 민씨는 “금융감독원에선 같은 건에 대해 정부기관이 다른 의견을 내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답을 들었고, 감사원은 우정사업본부 감사팀으로 이관했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다음주부터 서울 광화문 우정사업본부 앞에서 노후생활의 집 건립 지연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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