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승 전 공정거래위원장
공정위, 2년 넘게 조사중
자진신고 순위 2→1위로
확정땐 과징금 전액 면제
자진신고 순위 2→1위로
확정땐 과징금 전액 면제
공정거래위원회가 판유리 가격 짬짜미(담합) 조사를 3년째 끌고 있는 가운데, 전직 공정위원장이 담합 가담 기업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뒷말이 무성하다. 아직 공정위가 담합조사를 마무리짓지 못한 상태인데, 조사를 받는 기업끼리 자진신고 우선순위를 두고 법정 다툼까지 벌어지고 있다.
24일 공정위와 판유리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공정위는 2009년 3월에 케이씨씨(KCC)와 한국유리공업의 판유리 가격 담합 혐의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여 곧바로 두 회사로부터 자진신고까지 받았지만, 아직도 조사 결과 발표를 미루고 있다. 판유리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두 회사는 2006년 11월부터 2008년 9월까지 4차례에 걸쳐 건축용 판유리 제품의 가격을 올리기로 합의한 바 있다. 실제로 이 기간에 판유리값은 약 40~50% 올랐다. 담합을 벌인 두 회사의 관련 매출액이 1조원을 웃도는 수준이어서, 과징금 규모도 최대 1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알려져왔다.
이런 가운데 조사가 한창 진행중이던 지난해 3월 권오승 서울대 교수(법학·사진)가 담합 가담 기업중 한곳인 케이씨씨의 사외이사로 가게 되면서 각종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권 교수는 참여정부 시절(2006~2008년)에 공정위원장을 지낸 바 있으며, 공직자윤리법상 업무 관련성이 있는 민간 기업체 취업 제한 기간인 2년을 채우자마자 케이씨씨 사외이사를 맡았다. 정몽진 케이씨씨 회장과 권 교수는 용산고 동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늦어도 지난해에는 조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아직도 감감무소식인데다 석연치 않은 이유로 자진신고 우선순위 업체가 한국유리에서 케이씨씨로 바뀌었다”며 “이 때문에 전직 공정위원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한 업체에 대한 공정위의 ‘봐주기’ 의혹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유리 쪽은 2009년 3월26일에 담합 사실을 공정위에 첫번째로 자진신고했지만, 같은해 7월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1순위 업체에 주어지는 과징금 감면 기회를 박탈당했다. 이후 과징금 전액을 감면받을 수 있는 1순위 업체가 케이씨씨로 바뀌었고, 이에 불복한 한국유리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소송이 대법원에 계류중이다.
이에 권오승 전 공정위원장은 “공정위가 케이씨씨에 대해 담합 조사를 벌이고 있다는 사실은 금시초문”이라고 말했다. 최영근 공정위 카르텔조사과장은 “한국유리가 자진신고 요건을 채우지 못해 감면 1순위 업체 지위를 잃은 것”이라면서도 “규정상 처분 이유에 대해서는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권 전 위원장이 담합 조사 사실을) 몰랐다면 부주의한 것이고 알았다면 공직자 윤리에 크게 어긋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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