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장관 “변칙 상속·증여 과세 검토”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를 이용한 재벌 기업의 변칙적 상속·증여에 대해 정부가 과세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부는 31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국세청에서 제2차 공정사회 추진회의를 연 뒤에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한 ‘공정사회 구현을 위한 조세정의 실천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일부 대기업이 일감을 몰아주기 위해 계열사를 설립하고 이를 부당한 상속·증여 수단으로 이용해 우회적으로 과세를 피하는 관행이 있다”며 “과세 요건을 정하는 등 법적으로 뒷받침이 되도록 세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벌 그룹들의 일감 몰아주기 관행은 부와 경영권의 신종 승계 방식으로 굳어져 왔다.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의 장남 정의선씨가 대주주로 있는 글로비스가 대표적인 예다. 현대차그룹은 2001년 정씨 등이 출자해 설립한 물류회사 글로비스에 일감을 몰아줬다. 이로 인해 기업 가치가 뛴 글로비스의 상장으로 정씨는 수천억원대의 이익을 냈지만 증여세를 물지 않았다.
하지만 재정부는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세 방침만 제시했을 뿐 구체적인 과세 기준 등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어디까지가 정상적인 영업활동에 의해 이뤄진 것인지, 일감 몰아주기로 부당하게 챙긴 이득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앞서 2006년에도 국회에서 글로비스에 증여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당시 재정경제부는 이렇다 할 답변을 못 내놨다.
현재도 법인세법 등에서 ‘부당행위계산의 부인’ 조항을 두고 있어, 대기업 계열사들이 특수관계에 있는 계열사와의 거래로 부당하게 세 부담을 줄였다면 추가로 과세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엔 거래 단가가 일반적인 시장 가격에 견줘 차이가 클 때만 적용할 수 있다. 따라서 시장 가격과 비슷한 단가로 거래했더라도 일감을 많이 몰아줘서 부당하게 챙긴 이득에 대한 과세 기준이 새롭게 마련돼야 한다.
주영섭 재정부 세제실장은 “법률가들 사이에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에 과세를 할 수 있는지를 두고 이견이 있다”며 “아직은 과세가 필요하다는 방향만 나왔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황보연 김경락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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