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보금자리주택 공급 현황
‘보금자리 반값 폐기’ 파장
보금자리주택을 더이상 ‘반값 아파트’로 공급하지 않겠다는 정부 방침에 대해 무주택 서민들이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셋값 상승에 허리가 휘면서도 분양값이 저렴한 보금자리주택 입주를 희망하면서 힘들게 버텨왔던 집 없는 이들의 꿈이 물거품이 됐기 때문이다.
6일 부동산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정부가 보금자리 ‘반값 아파트’를 사실상 폐기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청약저축 가입자를 비롯한 무주택 서민들이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을 강도 높게 성토하고 있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사는 김상현(40·가명)씨는 “보금자리 입주만 바라보며 10년째 청약저축을 불입하고 있는데 이게 웬 날벼락이냐”며 “정부가 강남권 2~3곳에서만 값싼 보금자리주택을 내놓은 데 그친 상황에서 ‘반값 아파트’를 없앤다면 이건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2009년 결혼과 함께 주택청약종합저축에 가입한 주부 김소영씨(31·가명)도 “지난 대선에서 신혼부부한테 값싼 ‘신혼부부 주택’을 제공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을 찍었고 보금자리 마련의 꿈에 부풀어 있었는데 이제 와서 포기하란 말이냐”고 말했다.
앞서 국토해양부는 5일 “한나라당이 ‘보금자리주택 건설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했다”고 밝히며 “서울 강남권 보금자리주택이 주변 시세의 절반 이하에 공급돼 극소수 당첨자에게 과도한 혜택을 부여하고, 보금자리주택 대기수요를 양산해 주택시장을 왜곡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태도는 무책임의 극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는 2009년 8월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보금자리주택과 관련해 강남은 시세의 50%, 기타 지역은 70% 수준의 낮은 분양가로 서민들에게 제공하겠다고 보고했다. 이와 함께 2012년까지 3년간 수도권 보금자리지구에 32만가구의 물량을 내놓겠다는 공급 계획도 내놨다. 당시 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표적인 친서민 대선 공약으로, 반값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것을 대선 때부터 공약했고, 결국 약속을 지키는 엠비(MB)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정책”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김규정 부동산114 본부장은 “2009년 5월 출시된 주택청약종합저축이 열풍을 일으키며 현재까지 가입자가 1074만여명에 이른 것도 상당부분 값싼 보금자리주택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업계에선 정부의 보금자리 ‘반값’ 폐기 방침은 이 대통령의 약속과 정부의 3년 내 보금자리주택 대량 공급 계획이 애초부터 실현이 불가능한 ‘신기루’였다는 점을 뒤늦게 고백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또 재무 위기에 놓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보금자리주택 건설을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특혜 시비를 무릅쓰고 민간자본의 참여를 허용하기로 한 것도 사실상 보금자리주택 포기 선언이나 다름없다고 보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구한 민간연구기관 전문가는 “정부는 2009년 당시부터 ‘반값 아파트’를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대국민 사과부터 하는 게 순서”라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보금자리주택 입주 대기 수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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