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출 규모 더 늘어날 가능성…금감원 특별검사 착수
현대캐피탈 고객 1만3000여명의 금융거래 비밀번호 등 신용정보가 해커에 의해 대량 유출된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이에 따라 비밀번호 유출로 인한 2차 피해가 우려된다. 금융감독원은 현대캐피탈에 대한 특별검사에 들어가기로 했다.
현대캐피탈은 이날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42만명의 고객 정보가 해킹당한 것 외에도 1만3000여 고객의 ‘프라임론패스’ 번호와 비밀번호가 해킹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상당수 고객의 신용등급도 함께 유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프라임론패스는 고객이 수시로 입출금을 하는 마이너스식 대출서비스의 일종이다.
현대캐피탈의 금융정보 유출 규모는 전산망 전체에 대한 조사가 진행될수록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현대캐피탈 쪽은 “지난 9일 해킹이 이뤄진 아이피(IP)를 추가로 발견했다. 이를 통해 빠져나간 고객정보가 더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금융회사 고객의 신용정보가 개인적으로 해킹당한 적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이번처럼 한꺼번에 유출된 적은 없었다. 특히 비밀번호가 유출된 경우는 많아야 수백명 규모였다.
경찰은 해커들이 메일을 보내온 아이피와 금품을 요구한 계좌를 중심으로 수사를 진행중이다. 경찰은 “은행이 주말에 영업하지 않아 해커의 계좌 입출금 내역을 확인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현대캐피탈 쪽이 제공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해커가 필리핀과 브라질에 있는 서버를 통해 현대캐피탈 서버에 들어가 고객정보를 수집한 흔적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경찰은 외국의 경유 서버에 남은 흔적을 토대로 해커를 추적하고 있지만 범인이 수사망을 피하려 경유지 정보를 남겼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태영 현대캐피탈 사장은 지난 9일 노르웨이 출장 일정을 중단하고 귀국하면서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11일 특별검사반을 현대캐피탈에 파견해 정보기술(IT) 감독기준 준수 여부 등 보안시스템을 점검하기로 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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