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FTA 학교급식 관련 합의 내용
유럽연합쪽은 가능해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될 경우, 학교 급식용 식자재를 구입할 때 유럽연합은 유럽산 농산물을 우선 구매할 수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시민사회단체는 “우리 농산물을 학교 급식에서 사용할 수 있는 조항을 따내는 데 소홀했다”며, 기업형슈퍼마켓(SSM) 규제와 더불어 학교 급식 분야는 유럽연합 쪽과 ‘원포인트’ 재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18일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과 1994년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GPA)을 분석한 결과, 한국은 한-유럽연합 협정에서 3억3000만원 이상의 정부조달을 제한 없이 개방한 탓에 서울, 경기 등 15개 광역지방자치단체가 학교급식용 농산물을 구입할 때 한국산을 우대하면 통상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 유럽 농산물업체가 자유무역협정을 위반해 차별한다며 문제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는 달리 유럽연합 쪽은 자국산 농산물을 우선 구매할 수 있는 길을 확보해뒀다. 유럽연합은 지난 1994년 세계무역기구 정부조달협정에서 ‘농산물 지원 프로그램 및 급식 프로그램’을 채택하며 학교급식에 예외 조항을 마련해둔 덕분이다. 이 때문에 유럽연합은 한-유럽연합 협정이 발효된 뒤 유럽산 농산물을 우대하더라도 협정 위반으로 제소되지 않는다.
한-유럽연합 협정의 학교 급식용 식자재 관련 내용은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 맺은 협정에 견줘서도 우리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에서는‘급식 프로그램의 증진을 위한 정부 조달에는 적용하지 않는다’는 예외 규정이 있고, 한-페루 자유무역협정에서도 정부 예산으로 구매하는 학교급식용 식자재는 정보조달 개방에서 제외해 국내 농산물을 우선 구매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달리 한-유럽연합에는 학교 급식 부분을 예외조항을 두지 않았다”고 인정하면서도 “미국, 유럽, 캐나다 등이 세계무역기구 정부조달 협정을 개정할 때 학교급식 예외 규정을 지지하고 있어 앞으로 우리나라도 혜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협상 잘못을 꼬집는 목소리가 높다.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관계자는 “국민이 낸 세금으로 운영하는 학교급식에도 친환경 우리 농산물을 우대하지 못하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유럽처럼 국내 농산물을 쓰도록 정부는 재협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학교급식전네트워크와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등은 19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가 전체회의를 열어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을 논의하기에 앞서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재협상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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