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차명으로 숨겨놨다가 삼성 특검 이후 실명화한 계열사 지분을 ‘유익한 일’에 쓰겠다던 약속을 이행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18일 삼성그룹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이 회장은 미래전략실 비서팀을 통해 차명으로 갖고 있던 재산을 공익사업에 쓰기 위한 구체적인 준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그룹은 이 회장 개인 재산을 출연하는 것이란 점을 감안해 이 일과 관련된 조직과 인력도 비서팀으로 제한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08년 4월 ‘삼성 특검’ 뒤 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 차명으로 갖고 있던 삼성 계열사 지분의 처리와 관련해 “실명 전환한 뒤 누락된 세금을 납부하고 남은 것을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삼성 관계자는 “회장이 차명으로 갖고 있다가 실명화한 삼성 계열사 주식 총액 2조1000여억원 가운데 세금과 벌금을 내고 남은 게 1조1000여억원 가량 된다”며 “전액 유익한 일에 쓰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의 다른 관계자는 “요즘 회장이 가장 큰 관심을 두고 있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이 끝나는 대로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쓸 것인지를 공식 발표하기로 일정을 잡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회장이 재산을 어떤 용도로 출연할 것인지와 관련해, 삼성 내부에서는 이 회장이 자신의 이름으로 교육 관련 사업을 벌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자신과 아내 이름을 딴 ‘게이츠&멜린다재단’을 만들어 부부가 직접 함께 사회공헌 활동에 참여하고 자신의 재산을 지속적으로 기부하는 창구로 활용하는 것처럼, 이 회장도 자신이나 부부 이름의 재단을 만들어 직접 활동에 나서는 동시에 지속적인 기부 창구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경제개혁연대는 성명을 내어 “이건희 회장은 차명으로 숨겨뒀던 재산의 사회공헌 약속을 지켜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회장과 삼성을 둘러싼 사회적인 이슈가 잦아들기를 기다린 것 아니겠느냐”며 “회장이 남다른 공을 들이고 있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하고, 재산을 출연해 유익한 일을 직접 벌이는 모습을 보일 경우, 이 회장에 대한 사회적인 평가가 달라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목표 아래 사회공헌사업을 벌이기 위해 삼성경제연구소에 ‘사회공헌 연구실’을 만들어 방안을 짜고 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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